
당의 제명 조치로 부산 북구갑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싸고 당내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지도부가 이를 '원정 출마'로 규정하며 비판에 나선 데다 '무공천' 주장까지 맞물리면서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 전 대표 측도 즉각 반발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강남 부유층 사이에서 '원정 출산'이 유행했듯 최근에는 '원정 출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그릇된 우월의식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정 출산과 원정 출마의 공통점은 특권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조 최고위원은 “재력이 있다고 미국이나 캐나다 등을 선택해 '쇼핑 출산'을 하듯 일부 정치인들은 '쇼핑 출마'를 한다”며 “그 기저에는 '어디를 가든 당선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구를 정복 대상처럼 여기며 주민들이 고마워해야 한다는 식의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며 “원정 출마는 부끄러움 없이 뻔뻔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강남 8학군 출신'인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전입신고와 맞물려, 당내에서 제기된 '무공천' 주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당내에서는 공천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공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지낸 부산을 지역구 4선 김도읍 의원은 지도부에 '부산 북갑 무공천'을 건의했고, 당 원내수석대변인이자 공천관리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곽규택 의원은 한 전 대표를 향해 지금이 복당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를 겨냥해 조 최고위원은 “무공천 주장은 비상식적이고 정당의 개념조차 없는 수준 이하의 주장”이라며 “이런 주장이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키우고 당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해당 행위”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무공천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도 이날 SNS에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를 단일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취지에서, 무공천, 후보 공석, 복당, 단일화 등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당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 없다면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부산 북구의 골목을 누비고 있는 분이 있는 마당에,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 공당이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응에 친한계(친한동훈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조 최고위원의 '원정 출마' 발언을 문제 삼았다. 송영훈 전 대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공피고아(攻彼顧我: 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같은 말은 사치가 되어버렸다”며 “전북 군산 출신으로 서울 동대문 갑에서 총선 출마하셨던 분이 남양주로 지역을 옮겨 시장에 출마해놓고 '원정출산' 운운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 조광한 최고위원께서 2018년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 공천장 받고 남양주시장에 당선된 건 '원정출산 성공 사례'라도 되는 것이냐”며 “부디 당 지도부의 일원답게 사리에 맞는 말씀으로 품위 있는 정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