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은 임근배 기계공학과 교수, 이중호·윤가은 박사 연구팀이 박성민·김철홍 교수와 함께 통증과 염증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진피형 바이오 전극(Dermal electronics)'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측정하고 패치 하나로 혈당을 확인하는 시대가 되면서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 속 건강 관리 도구로 자리 잡았지만 전극 기술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가 있다. 피부 표면에 붙이는 '표피형 전극'은 사용은 간편하지만 땀이나 건조함,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신호가 쉽게 불안정해진다. 반면, 피부에 삽입하는 '미세침 전극'은 신호의 정확도는 높지만 단단한 구조로 인해 조직 자극과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편의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 왔던 셈이다.
연구팀이 만든 전극은 삽입 순간에는 바늘처럼 단단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고, 진피층에 도달하면 부드러운 구조로 변하는 '구조 변환형 전극'이다. 알루미늄이 항공기에서는 단단한 합금으로, 주방에서는 얇은 호일로 사용되는 것처럼 동일한 소재도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극유연성 생체 소재의 초소형 정밀 가공과 발포성 구조 변환 설계다. 특히, 발포성 소재를 희생층으로 활용해 전극이 수 초 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한 뒤 진피층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진피층에서는 스스로 유연해져 주변 세포·조직에 가해지는 기계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몸이 전극을 '이물질'이 아닌 '공존 가능한 구조'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장기간 삽입 상태에서도 조직 손상이나 면역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진피층에 안정적으로 위치한 전극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땀이나 탈수 상태, 장시간 착용 조건에서도 신호 정확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웨어러블 전극의 개선을 넘어, 생체신호 측정 위치를 피부 표면에서 진피층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근배 교수는 “의료 진단 기기뿐만 아니라, 생체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해 AI와 결합하는 차세대 '피지컬 AI'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 단순 건강 측정을 넘어 인간의 생체 정보를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데이터 기반 기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교육부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