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디지털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현물형을 넘어 인컴형·옵션 결합형으로 넓어지는 가운데 비트코인에 회의적이었던 골드만삭스도 관련 상품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한국은 제도 정비 논의만 이어질 뿐, 아직 디지털자산 현물 ETF가 한 건도 없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부문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골드만삭스 비트코인 프리미엄 인컴 ETF'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골드만삭스의 첫 비트코인 ETF 상품이다. 상품은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상품(ETP)에 투자하면서 옵션 전략으로 프리미엄 수익을 더하는 구조다.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에 이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금융사까지 디지털자산 ETF 시장에 합류해 의미가 크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 기준 16일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의 누적 순유입액은 570억1800만달러(약 84조3866억원), 현물 이더리움 ETF는 118억1600만달러(약 17조4877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인컴형 등 다양한 구조 상품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한국 금융당국은 여전히 디지털 자산 ETF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월 국내 증권사의 해외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와 국내 발행에 대해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후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뒤 '123대 국정과제'에 디지털자산 규율체계 마련과 현물 ETF·토큰증권 관련 제도 정비가 포함되면서 정책 방향은 제도화 추진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실제 도입을 위한 제도 마련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제도 지연이 국내 금융시장의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현물형을 넘어 인컴형, 옵션 결합형 등으로 상품 경쟁이 고도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관련 금융 인프라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도 논의 수준에 머무르면서 상품 설계와 유동성 공급, 리스크 관리 경험과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고 있다. 세계 디지털자산 시장 주도권 경쟁이 단순 매매를 넘어 금융상품 설계 역량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우리 금융산업만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록, 모건스탠리에 이어 최근 골드만삭스까지 디지털자산 ETF 시장 진출을 알리면서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한국도 더 이상 제도 논의에만 머물지 말고 시장 변화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은 법인이나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거래 자체를 막고 있지 않다”며 “해외는 ETF 구조가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 시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