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동남권을 K방산 허브로

최재원 부산대 총장
최재원 부산대 총장

무인 드론이 전장을 누비고, 인공지능(AI)이 적의 움직임을 분석하며, 위성과 센서를 연결해 실시간 대응하는 이른바 '국방AX(Defense AI Transformation)'시대다.

AI 자율 판단, 고장 발생 전에 이상 상태를 예측하는 스마트정비, 빅데이터 기반 전투지원 플랫폼 등 첨단 국방 기술과 제품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국방 유지·보수·정비(MRO) 분야도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시대를 넘어 AI로 부품 이상을 사전에 예측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고장 원인을 분석한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중심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오션,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테크센터 등 주요 방산 대기업이 동남권에 뿌리를 두고, 수많은 협력기업과 방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부산은 해군작전사령부가 위치한 대한민국 해군의 심장부이고, 울산과 경남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갖춘 조선·방산 기업 집적지다. 구축함, 잠수함, 상륙함, 해상 드론 등 첨단 해군 전력의 건조와 유지·보수 대부분이 동남권에서 이뤄진다.

국산 무기와 방산 장비를 폴란드, 호주, 중동 등 세계 곳곳으로 수출하면서 우리나라는 어느새 세계 4~5위권 방산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K방산'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리는 그 배경에 동남권 방산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냉정하게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의 성과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최신 함정은 수백 가지 첨단 센서와 무기 시스템, AI 기반 전투관리 체계, 자율 항법 및 유도제어 기술을 하나로 통합한 고도의 복합 플랫폼이다. 함정 한 척을 제대로 만들고 운용하려면 조선 기술뿐 아니라 AI, 통신, 사이버 보안, 정밀 항법 및 유도제어 등 첨단 기술 융합이 필수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함정의 수명을 안전하게 연장하고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함정 MRO 분야도 AI 기반 예지정비와 디지털 트윈 기술이 핵심이다.

이러한 기술은 현장 경험만으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고도의 연구개발과 융합 역량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구현 가능하다. 국방기술과 방산에서 다학제 연구역량을 갖춘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국책 연구소, 과학기술중심대학 등이 적극 연대해야하는 이유다.

최근 국방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부산에 해군·해병대 AX 거점 기관으로 군·산·학 협력센터 설치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산 군·산·학 협력센터는 '해군·해양 중심의 국방AX 산학협력과 군 전문인력 양성'을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군의 실질적 소요, 즉 '버티컬 AI' 기반 AX 기술과 지역 방산기업 현장 과제를 대학의 연구역량으로 풀어내고, 그 성과를 다시 군 작전 현장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이 지닌 지리·산업적 여건은 이러한 선순환 국방AX 모델 실현에 최적지다. 부산의 거점 국립대인 부산대 또한 지난 80여 년간 동남권 방위산업에 꾸준히 고급인력을 공급해왔다. 현재 방산 주요 대기업 연구 인력의 약 20%를 부산대 출신이 차지할만큼 그 기여도는 가시적이다.

부산대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AI 전담 연구·교육기관인 '장영실 AI 넥서스 연구원'과 'AI 대학'을 설립해 AI 역량을 체계화하고, 방산 분야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특임교수와 연구인력을 유입해 국방 AI·AX 기술을 실질적으로 연구·개발할 토대를 구축했다.

부산·동남권에 국방AX 연구거점 구축은 국가적 방산 육성을 넘어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와 첨단 연구가 집중돼 있는 현실을 바꿔내는 일이기도 하다. 부산·동남권 청년이 세계 수준의 해군·해양 AI·AX 기술을 현장 가까이에서 연구할 때 그 성과는 지역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대한민국 해양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 president@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