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책 혼선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내부에서 의사결정 체계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소수 측근 중심의 비공식 논의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행정부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란 전쟁과 관련해 “현재 상황이나 목표, 계획을 명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고 책임 소재 역시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참모들조차 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소식통은 대통령이 최근 예민해진 상태에서 수면 시간까지 줄이며,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연이어 게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모진이 자제를 권고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언급했다가 다시 불가능하다고 번복하는 등 입장을 수차례 바꿨다. JD 밴스 부통령의 협상 참여 여부를 두고도 발언이 엇갈리며 혼선을 키웠다.
전직 고위 인사들도 현재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과거에는 정책 결정 과정과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체계가 약화됐다”며 대통령이 제도적 절차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직감과 주변 '예스맨'들의 조언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황이 왜곡되거나 불리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군의 오폭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은 충분히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정책 판단에 필요한 균형 잡힌 의견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역시 참모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보고만 하고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교착 상태가 이어지며 상황을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사 개입에 비판적 입장이었던 밴스 부통령은 협상 전면에 나서면서 공개적인 이견 제기가 어려워졌고, 털시 개버드 국장 역시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이 같은 내부 혼선과 '예스맨' 중심 구조가 결국 이란과의 협상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