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고팍스·두나무·코인원 줄줄이 우군 확보…빗썸만 독자 노선

코빗·고팍스·두나무·코인원 줄줄이 우군 확보…빗썸만 독자 노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금융사·플랫폼·글로벌 사업자와 손잡는 '연합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거래소 단독 경쟁에서 벗어나 자본력과 이용자 기반, 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 외부 우군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판이 바뀌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바이낸스, 네이버,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플레이어가 각 거래소와 연결되며 업계 지형도도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증권사와 거래소의 연합 재편 흐름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곳은 코빗이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 코빗 지분 92.06%를 1335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미래에셋컨설팅 측 인사의 코빗 이사회 합류를 위한 이사회 구성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인수 작업도 한 단계 진전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재무투자를 넘어 미래에셋이 디지털자산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고팍스는 바이낸스와 연결돼 있다. 국내 규제 이슈로 속도 조절을 겪고는 있지만,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원화 거래소를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두나무는 네이버와 별도 축을 형성하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협력은 주식교환 논의로 이어졌고, 시장에서는 간편결제·플랫폼·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생태계 결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거래소 경쟁력에 네이버의 플랫폼 접점이 더해질 경우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 접점이 부각되며 업계 재편 구도에서 언급되고 있다. 양측은 지분 투자와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이후 한국투자증권도 경쟁사 대응 차원에서 거래소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는 분위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빗썸은 겉으로는 독자 노선을 걷는 모습이지만, 그동안 물밑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지난해 빗썸의 유동자산과 주요 사업 기능이 관계사인 '빗썸A'로 이동한 이후, 거래소 본체를 둘러싼 투자·인수합병(M&A) 논의가 실제로 오갔다는 전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유명 제약사가 빗썸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빗썸은 업계 2위 사업자라는 존재감은 여전하고 연합 전선 밖에 남은 거의 유일한 대형 거래소에 가깝다. 하지만 빗썸을 둘러싼 여건은 녹록지 않다. 지난 2월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이후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에 긴급 점검에 착수했고, 모든 거래소에 5분 주기 잔고 대조 시스템 구축, 고위험 거래 통제,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요구했다. 빗썸이 내부 정비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사이, 외부 자본의 거래소 확보 경쟁은 뚜렷해지고 있다.

외부 사업자들이 거래소를 사려는 이유는 결국 시간과 진입장벽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라이선스를 받아 시장에 들어오는 것보다 기존 원화 거래소를 인수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현실적”이라며 “고객 접점과 거래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크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화폐와 결제 방식이 디지털화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언젠가 현물 화폐가 사라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 핵심은 고객 접점을 누가 쥐고 있느냐가 될 수도 있다”며 “거래소가 가진 고객 접점과 거래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크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