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기 당대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된 인도 왕실의 소장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런던 소더비 경매는 17세기 인도 왕실이 소장했던 휴대용 천문 관측 도구 '아스트롤라베'(Astrolabe·성반)가 오는 29일 경매에 부쳐진다고 밝혔다.
아스트롤라베는 그리스어로 '별을 붙잡는'이라는 뜻을 가진 정교한 천문 관측 도구다. 기원전 2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개발돼 8세기경 이슬람 문화로 전파됐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이라크, 이란, 북아프리카 알안달루스(현재 스페인)으로 이어졌다.

아스트롤라베는 여러겹의 부품이 맞물려 있는 금속 원반으로, 시간을 측정하거나 별자리를 지도화하고, 메카의 방향을 찾거나 일몰과 일출 시간, 건물의 높이, 우물의 깊이, 거리 등을 계산하는 데 사용됐다.
옥스퍼드 과학·의학·기술사 센터의 페데리카 기간테 박사는 “아스트롤라베는 3차원 우주를 2차원에 투영한 것”이라며 “현대의 스마트폰에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일이 가능하다. 다양한 거리와 길이 계산뿐만 아니라, 천문력과 함께 발달한 점성술을 이용해 운세를 점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물은 인도 서부 자이푸르의 마하라자(토후국 왕) 사와이만 싱 2세의 소장품으로, 그가 사망한 뒤 당대 최고의 미인으로 꼽혔던 아내 마하라니 가야트리 데비에게 물려졌다. 이후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가 오는 29일 처음으로 경매에 부쳐지게 됐다.
이 유물은 현재 파키스탄 자리에 있던 무굴 제국 천문학 중심지, 라호르에서 제작됐다. '라호르 학파' 소속 유명한 카임 무함마드와 무함마드 무킴 형제가 만든 세상에 단 2개뿐인 아스트롤라베 중 하나다. 다른 한 점은 이라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경매품의 무게는 8.2kg, 지름 약 30cm, 높이는 약 46cm에 달해 17세기 인도의 일반적인 아스트롤라베보다 4배가량 크다. 또한 별의 명칭이 페르시아어와 산스크리트어로 병기되어 있어 당시의 다문화적 요소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94개 도시의 경위도와 38개의 별 포인터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으며, 눈금 단위가 3분의 1도까지 세분화될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기간테 박사는 “단순히 크고 아름다운 것을 넘어, 천체의 고도를 정확한 도(degree) 단위로 측정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왕실의 유서 깊은 내력과 완벽한 보존 상태를 갖춘 이 유물의 예상 낙찰가는 150만~250만 파운드(약 29억9000만~49억8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14년 약 100만 파운드에 낙찰되었던 오스만 제국 바예지드 2세의 아스트롤라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