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은 코스닥을 혁신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와 달리,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로 구분하는 방식이 과연 올바른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된 처방은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은 태생적으로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성과 기술력을 평가하는 시장이다. 혁신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가 미래 가치를 보고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창업과 성장, 회수와 재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이러한 점에서 코스닥은 단순한 주식시장이 아니라 혁신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스닥은 점차 코스피의 '2부 시장'으로 인식되며 위상이 약화하고 있고, 우량 기업들은 국내를 떠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을 인위적으로 나누는 방식의 개편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시장의 '낙인효과'다. 특정 기업이 '스탠더드'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에게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는 기업의 실제 가치와 무관한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은 본래 가격과 정보에 의해 작동해야 하지만, 구조적 구분이 이러한 기능을 왜곡할 위험이 존재한다. 또 기술 중심 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바이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분야는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선행투자가 필수적이며 단기 실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재무 지표 중심의 기준이 적용된다면, 혁신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오히려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는 결국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IPO 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장 초기부터 상위 시장 진입이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면, 기업들은 국내 상장 대신 해외 시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자본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벤처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코스닥 개혁의 핵심은 시장을 구분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혁신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자금 유입 확대, 기관투자자의 역할 강화, 기술 중심의 평가체계 확립 등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코스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전략이 요구된다. 상장 이후까지 이어지는 책임형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공적 자금과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하여 안정적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코스닥을 코스피와 차별화된 독립적 시장으로 재정립하고, 민간 중심의 유연한 거버넌스를 통해 시장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자본시장은 신뢰로 움직인다. 시장을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과 혁신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코스닥이 다시 혁신의 무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분이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전환이다.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penking1@s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