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합성수지 열분해 길 터준다”…기후부, 순환자원 기준 손질·샌드박스 12건 승인

“폐합성수지 열분해 길 터준다”…기후부, 순환자원 기준 손질·샌드박스 12건 승인

폐플라스틱 소각 중심 구조를 바꾸는 제도 개편이 시작됐다. 정부가 폐합성수지의 열분해 원료 활용을 위한 순환자원 인정 기준 재설계에 착수하면서, 이물질 5% 기준에 막혀 소각되던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규제샌드박스 12건 승인과 함께 추진되며, 실증 결과에 따라 관련 기준 전면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순환경제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순환경제 규제특례(샌드박스) 과제 총 12건을 승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24년 도입된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신기술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동시에 환경성과 경제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최대 4년 동안 규제를 유예해 실증을 허용하고, 이후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한다.

정부는 이번 심의에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기획형 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 폐플라스틱 처리 방식은 열적 재활용이 58%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1%에 불과한 구조다. 이에 따라 단순 소각·연료화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원료로 되돌리는 '고품질 재활용' 확대가 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우선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합성수지를 열분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순환자원 인정 기준을 재설계하는 실증이 추진된다. 현재는 이물질 5% 이하 등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대부분 소각 처리되고 있지만, 실증을 통해 화학적 재활용에 적합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형연료제품(SRF)을 열분해 공정의 원료로 사용하는 방안도 시험대에 오른다. 기존에는 발전소나 산업용 보일러에서만 사용이 허용됐지만, 열분해 시설 투입을 통해 생산되는 열분해유의 품질과 수율을 검증하고 관련 규정 개선 여부를 판단한다.

열분해 공정 이후 발생하는 잔재물 처리 방식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분류 기준 부재로 대부분 매립됐지만, 이번 실증을 통해 토양개량제나 고형연료 등 다양한 재활용 경로를 검증하고 별도 분류체계 신설까지 추진한다.

생활 속 플라스틱 감량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세탁세제 등 생활화학제품 필수 표시 항목만 제품에 남기고, 나머지는 QR코드(e라벨)로 제공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표시 변경 때마다 포장재를 교체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포장 폐기물 감축이 기대된다.

식물성 잔재물을 활용한 가죽·화장품 소재 생산, 의료폐기물 이동형 멸균·분쇄 처리, 폐섬유 업사이클 건축자재 등 기업 신청 기반 과제도 포함됐다. 기술 실증을 통해 산업별 순환경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국장은 “플라스틱의 고품질 순환이용·감량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사회 전분야에 순환경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산업계와 재활용 기술 현장 적용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순환경제 규제 샌드박스 기획형 과제 5건. 자료 출처 : 기후에너지환경부
순환경제 규제 샌드박스 기획형 과제 5건. 자료 출처 : 기후에너지환경부
순환경제 규제 샌드박스 기업 개별 신청 과제 7건. 자료 출처 : 기후에너지환경부
순환경제 규제 샌드박스 기업 개별 신청 과제 7건. 자료 출처 : 기후에너지환경부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