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 〈27〉전남대에서 멈출 이유가 없다, 모든 대학생에게 AI를 쥐여줘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AI본부장을 맡게 됐다. 캠프에 합류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거창한 정책 설계가 아니었다.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이 인공지능(AI)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얘기를 듣다보니 관점이 달라졌다. 많은 학생이 챗GPT 무료 버전만 쓰고 있었다. 유료 구독료가 대체로 월 22달러, 국내 결제 기준 약 2만9000원 수준이다. 학생식당 밥값 서너 끼에 해당한다. 클로드, 제미나이, 퍼플렉시티까지 합치면 한 달에 10만원이 넘는다. 학생 입장에서는 분명한 부담이다. 자동화 실습을 하다 보면 토큰이 모자라 대화 중간에 끊긴다.

학비가 부족하면 고급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고 AI 경험 축적이 늦어진다. 무료 버전은 응답 품질이 떨어지고 기능 제한이 많다. AI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AI 능력을 기반으로 직업능력과 취업이 재편되는 시기에, 대학 교육현장에서부터 AI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조사한 결과가 있다. 학생들은 AI를 쓰는 것 자체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AI가 직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비율이 82.1%에 달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도 높았다. 진로가 불확실하고 소득 전망이 막막하다는 불안이 캠퍼스 안에 퍼져 있다. AI가 지식의 가치를 바꾸고 있다는 감각은 이미 학생들의 일상이 됐다.

전남대는 지난해 12월 15일,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AI 캠퍼스 대전환'을 선언했다. 학생과 교직원 3만여명 전원에게 생성형 AI 8종을 무료로 열어줬다.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그록, 라마, 미스트랄, 큐웬이다. 개인이 8종을 모두 구독하면 한 달에 2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전남대는 KT와 업무협약을 맺어 이 비용을 학교가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개인의 지갑이 아니라 기관의 예산으로 AI 접근성을 해결한 것이다.

전남대 사례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왜 이것이 전남대에서만 이뤄져야 하는가.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적고 있다. 제헌헌법 때부터 균등한 교육 기회 원칙이 있었다. 그때 국가는 교실을 짓고 교과서를 나눠주는 것으로 의무를 다할 수 있었다. 과거 의무교육의 핵심은 문해력이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2026년, AI 문해력이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다. 국가의 교육 의무 범위가 그대로여도 되는 걸까.

지금 대학생에게 AI는 선택이 아니다. 보고서를 쓸 때, 논문 자료를 찾을 때, 코드를 짤 때, 외국어를 번역할 때 AI 없이 작업하는 학생은 뒤처진다. 문제는 AI 접근성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갈린다는 점이다. 월 20만 원을 쓸 수 있는 학생과 무료 버전에 머무는 학생 사이에 학습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교육 형평성의 문제다.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나는 이번 선거가 논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국의 대학생에게 AI 도구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교육부 교육기본통계 기준으로 일반대학 재학생만 약 184만명, 전체 고등교육기관까지 합치면 약 302만명이다. 전체에게 기본 AI 도구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AI 인재를 키우지 못해서 치르게 될 국가적 비용에 비하면 작다.

비용이 걱정될 수 있다. 전남대가 이미 길을 보여줬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면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국가가 나서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AI 접근권도 교육의 기본 인프라로 봐야 할 시점이 왔다.


대학생들의 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AI를 멀리하는 게 아니다. AI를 직접 만져보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도구를 쥐여주고, 스스로 질문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그게 교육이고, 그 첫걸음을 국가가 떠맡아야 한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김경진 전 국회의원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