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00〉AI가 쓴 것과 내가 쓴 것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요즘 신춘문예 공고문을 보면 특이한 내용이 눈에 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작품을 작성했거나 AI를 활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AI 사용을 절대 금지하며, 사후에라도 사용했다는 점이 발각되면 당선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각종 문예 부문 상들이 이러한 입장을 띠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

첫째, AI 사용시 어느 단계까지 어떻게 사용하는 것만 허가할지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설사 결정했다 하더라도 응모자가 사용 지침을 준수했는지 아니면 허용되지 않은 부분까지 AI에게 의존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AI 사용 여부를 판별하는 소프트웨어의 정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누명을 쓸 수 있다는 기술적 어려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공정성을 위해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이것은 자동화 시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필력을 평가하는 신춘문예에서 조차, AI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은 AI가 그만큼 가까이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창작의 고통 대신 간단한 프롬프트(사용자가 AI에게 입력하는 요구, 질문)만으로도 그럴 듯한 작품을 뽑아내는 AI는 창작자를 강하게 매혹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문화충돌은 대학 캠퍼스라고 예외가 아니다. 대학 교정에서는 '제가 작성해드린 리포트가 마음에 드시나요?'라는 AI의 말까지 포함시켜 과제로 제출했다가 격분한 강사에게 F학점을 맞았다는 일화가 떠돌기도 한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서 AI에게 살짝 물어봤다가, AI의 답 중 어디까지 활용해도 되는지 잘 몰라서 방황한다. 대학 교원들 역시 AI 열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의 노트를 준비할 때, 핵심 키워드만 잡아주면 AI가 디테일을 채워주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교원 본인이 담고 싶은 핵심 메시지나 강사 본인이 경험한 중요 사례까지 AI가 알아서 채워주진 못하기에 결국 소요되는 시간은 비슷하다는 입장도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초중등 교사와 대학 교원들 사이에서는 AI 활용에 대해 긍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2024~2025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조사에서 초중등 교사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가운데 AI 활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한 교사의 55%가 생성형 AI를 수업 기획(31%), 주제 단순화(24%)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작가도, 교사도, 학생도 AI를 어떻게 얼마나 사용해야 할지 잘 모르는 채 점점 더 AI의존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AI활용은 적극 장려하되, 개인의 개성, 철학과 인간과 자연을 존중하는 가치관만큼은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양보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대학에서도 문단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제조 공장에서도 AI라는 신문물의 등장은 많은 딜레마와 갈등, 혼란과 분쟁을 낳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 AI를 무조건 많이 쓰자는 것이 아니라 AI가 실제로 무력이 충돌하는 전쟁터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서도 핵심 역량으로 등장하는 만큼, 신속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영리하게 윤리적인 측면을 두루 고려해 내자는 것이다. 물론 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기는 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시장에 나와 있는 수십개 대형언어모델(LLM)들에게 물어봐야 할까?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하루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