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물류 전환과 도심 라스트마일 배송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화물용 전기자전거(카고바이크)에 대한 안전기준과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물용 전기자전거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고도 안전 및 인증 기준 부재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량·출력·적재량·제동성능·배터리 안전성 등 세부 기준이 불명확해 어떤 사양에 맞춰 제품을 설계해야 할지조차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탄소중립과 친환경 배송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관련 이동수단은 제도권 밖에 방치돼 있다”며 “기준이 없다 보니 금형·부품·배터리·생산설비 등에 대한 선제 투자에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법적 정의도 없다. 현재 '안전확인대상생활용품의 안전기준' 부속서에는 일반 전기자전거 기준만 규정돼 있을 뿐, 화물 적재형이나 삼륜·사륜 기반 카고바이크에 대한 별도 안전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역시 승객용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화물 운송 목적의 다륜형 전기자전거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전거 중량 기준도 30kg 미만으로 제한돼 있어 화물 적재를 전제로 한 카고바이크에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 카고바이크는 좁은 골목과 도심 내 단거리 이동에 적합하고 탄소 배출과 소음이 적어 기존 1톤 화물차를 대체할 차세대 생활물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근거리 배송뿐 아니라 공공시설 관리, 관광·행사 운영 등 활용 분야도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해외에서는 카고바이크가 도심 친환경 배송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퍼시스턴스 마켓 리서치(Persistenc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화물용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2030년까지 연평균 1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전거 배송 시 탄소배출이 약 22% 감소한다는 실증 결과도 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송지용 사무국장은 “현재 국내 전기자전거 제도는 일반 승객용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화물형·다륜형 카고바이크에는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새로운 형태의 e-모빌리티 제품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제도 공백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2023년 규제심판부는 산업통상부·행정안전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에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후속 법 개정과 기준 마련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북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를 중심으로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업계는 이제 실증 단계를 넘어 실제 시장 진입이 가능한 수준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 사무국장은 “특구 참여기업 가운데 미국 시장과 화물용 전기자전거 공급 계약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쿠팡이 특구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김천 김밥축제 등 지역 행사 현장에서 실제 카고바이크 운영 사례가 나타나는 만큼, 향후 근거리 배송과 생활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카고바이크의 구조와 화물 적재 특성을 반영한 별도 안전확인 기준을 마련하고, 자전거법 개정을 통해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도심 물류 현실을 반영한 중량 기준 완화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친환경 물류와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관련 이동수단은 법적 기준이 없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산업도 성장하고 도심 물류 혁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