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카드사태 때 세금으로 금융기관 도와…혜택은 누리고 부담은 안 해”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민간 배드뱅크가 정부의 서민 빚 탕감 정책에 참여하지 않아 채무자들이 집요한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카드 사태 때 카드회사·금융기관들이 다 정부 세금으로 도움받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국민의 연체 채권을 지금도 악착같이 추심하고 연간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백몇십억원 배당받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가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 당시의 연체 채권을 여전히 추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했다. 해당 업체는 국내 대형 은행·카드사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각 회사가 최근 5년간 420억원가량의 배당을 받았다는 내용도 보도에서 함께 지적됐다.

상록수는 상환 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를 돕기 위해 소액 연체 채권을 정리해주는 정부 정책인 '새도약기금'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적이 나오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과의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새도약기금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앞으로 주주들을 별도로 접촉해 동의를 구해 보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사유재산이니 억지로 할 수는 없다”면서도 “금융이 원래 좀 잔인하긴 한데 그래도 정도가 있다”면서 “카드 사태가 몇 년 전이냐. 그때 연체된 사람들이 지금 20년 넘도록 이자가 늘어 몇천만 원이 몇억이 됐다고 그러더라”고 했다.

또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발권력을 이용해 영업하는 측면도 있고, 면허나 인가제도를 통해 혜택을 보는 측면도 있다. 그러면 공적 구제나 공적 부담도 해야 한다. 혜택은 누리면서 부담은 끝까지 하나도 안 하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50만원 대출해 주고 9일 만에 80만원을 상품권으로 받는다는 기사도 있더라”라며 “명백하게 이자제한법 위반이다. 무효인 데다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지금은 법률 개정으로 수수료 등 명목을 불문하고 실제 빌린 돈에 연간 60% 이상을 붙여 받는다면 원금도 안 갚아도 된다”며 “그런데 아직도 이런 짓을 하는 악덕 사채업자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불법사금융과 불법 추심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단속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을 향해 “이게 뭔 잔인한 짓이냐”며 “언론의 눈에는 띄는데 왜 수사기관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느냐는 의문을 국민들이 갖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