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유리” 44% 급락한 유럽 내 항공권…“여름이면 표 없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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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치솟던 유럽 주요 항공권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유 부족 우려가 커지자 여행객들이 예약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구글플라이트 최저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럽 공항들이 항공유 부족 가능성을 경고한 지난달 9일 이후 남유럽 주요 휴양지 노선 항공권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지중해 주요 노선 50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개 노선에서 7월 여행 기준 항공권 가격이 내려갔다. 특히 밀라노~마드리드 노선은 44% 급락했고, 히스로~니스와 맨체스터~팔마 등 인기 노선도 10% 이상 하락했다.

터키항공 최고경영자(CEO) 무라트 셰케르는 “마치 팬데믹 시절을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며 항공업계가 직면한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항공권 가격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은 수요 위축이다. 항공유 가격 급등과 배급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유럽 소비자들이 여행 예약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입소스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 5명 중 1명은 해외여행 계획을 국내여행으로 바꿨고, 또 다른 20%도 같은 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클레이스의 앤드루 로벤버그 애널리스트는 “유럽 소비자들은 헤드라이트 앞에 멈춘 사슴처럼 얼어붙어 있다”며 “항공사들이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가격 인하라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사들은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가격 보장책도 내놓고 있다. 이지젯은 이달 예약된 패키지 상품에 항공유 할증료 등 추가 비용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브리티시항공은 예약 이후 항공권 가격을 올리지 않는 '휴가 보장' 정책을 도입했다.

위즈에어의 요제프 바라디 CEO는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낮춰 수요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지만,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좌석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며 지금 예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공급 불안도 여전하다. 유럽은 아시아만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항공유 수입 의존도가 높지는 않지만 현재 상당 부분을 미국산 공급에 기대고 있다.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결국 항공유 수급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영국은 항공유 재고가 극도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재고 감소 속도를 늦추기 위해 배급제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로벤버그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에 따라 올여름 전체 항공편의 5~15%가 취소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항공사들이 슬롯 유지를 위해 빈 비행기를 띄우는 일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이디 알렉산더 영국 교통장관은 “현재 항공유 공급 차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항공 대란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대부분 노선은 정상 운항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벤버그 애널리스트는 “결국 대부분의 항공편은 정상 운항될 것”이라며 “하늘이 완전히 텅 비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