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 DNA 조각' 개수까지...표준연, 기존 대비 감도 22배 높인 분석법 개발

표준연 연구진이 형광 이미지를 통해 세포의 DNA 손상·복구 반응을 관찰하고 있다.
표준연 연구진이 형광 이미지를 통해 세포의 DNA 손상·복구 반응을 관찰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이 세포 DNA 복구 과정의 극미량 손상 DNA 조각을 초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분석법 대비 최대 22배 더 많은 조각을 검출할 수 있다. 개인별 DNA 복구능력 비교와 항암제·발암물질 반응 평가 연구 토대를 마련했다.

인체 DNA는 자외선, 화학물질, 흡연, 체내 대사 활동 등으로 인해 매일 손상된다. 손상이 제때 복구되지 않고 돌연변이로 축적되면 노화나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세포는 이상 부위를 잘라내고 새로운 DNA로 교체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ER)'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때 잘려 나오는 미세한 DNA 조각의 양과 시간적 변화를 측정하면 세포 복구 속도·효율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질병 원인 규명과 치료 반응 예측 연구 지표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동안은 극미량 DNA 손상 조각을 정확히 정량화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기존에는 절단된 DNA 조각의 끝부분에 표지 물질을 부착한 뒤, 검출되는 표지의 양을 통해 전체 조각 수를 추정하는 분석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포 내부에서 DNA 조각 끝부분이 자연 분해될 경우 표지 물질이 정상적으로 붙지 않아, 실제 존재하는 손상 조각임에도 분석에서 누락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적 면역분석법'을 도입했다. 분석용 판 바닥에 손상 DNA와 동일한 구조의 합성 DNA를 기준 물질로 고정하고, 실제 세포에서 추출한 DNA 시료와 손상 DNA 구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함께 넣는 방식이다.

시료 속 손상 DNA 조각이 많을수록 항체가 해당 조각에 더 많이 결합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바닥의 기준 물질에 남는 항체는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 반비례 관계를 활용해 시료 내 손상 DNA 조각의 양을 몰 단위로 산출하고, 이를 개수로 환산했다.

이 기술은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DNA 조각의 개수까지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 정밀도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DNA 복구 속도와 세포별 반응 차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정밀 의료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최준혁 책임연구원은 “DNA 복구 속도와 효율을 정량화하면 개인별 암 발생 위험을 조기에 진단하고, 암세포의 항암제 저항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향후 실제 사람의 조직을 활용한 후속 검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연 바이오물질측정그룹 및 유기측정그룹, 미국 라이트주립대 의대팀이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3월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