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모두의 AI' 시대, K-AI 도시의 전환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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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시행에 이어, 지난 5월에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진흥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AIDC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지원정책을 넘어 국가 운영체계와 도시·산업 생태계 전반이 AI 중심 구조로 전환되는 시대적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AIDC 특별법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단순한 알고리즘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초대형 연산·데이터 인프라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AI를 미래 산업사회의 '엔진'에 비유한다면, AIDC는 그 엔진을 움직이게 하는 발전소이자 정유공장에 해당한다. 데이터라는 연료를 수집하고 정제하며, 학습·피드백·추론 과정을 거쳐 엔진인 AI가 실제 활용 가능한 형태로 공급하는 국가 핵심 기반시설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모두의 AI' 기조를 국민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국가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확산시켜 나갈 실질적인 마중물이다. AI를 특정 산업이나 기술영역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복지·안전·행정·에너지·환경 등 국민 삶 전반과 연결함으로써 시민 누구나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국민체감형 AI 국가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발족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하향식 AI 리더십은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과 핵심 인프라를 신속하게 설계·추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 중앙정부 주도의 강력한 정책추진과 함께,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공간인 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중심의 상향식 혁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즉 AI 산업과 서비스의 실질적 확산은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도시 공간에서 구현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도시는 어떻게 AI가 되는가”다. 많은 도시가 AI 기술 도입에 집중하지만, 실제 AI 도시 전환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도시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다. 그동안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발전한 스마트도시는 이제 AI를 중심으로 한 도시 전환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과거 스마트 도시가 사물인터넷(IoT)센서와 네트워크망을 기반으로 도시를 연결하며 도시데이터를 분석하며 해결하는 단계였다면, 이제 AI 도시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학습하며, 스스로 최적화하는 새로운 도시 운영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 모빌리티, 드론, 로봇기반 혁신기술 기반의 피지컬 AI 서비스를 교통·안전·복지·에너지·환경·행정 등 도시 전반에 본격적으로 접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AI 도시로 전환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 도시의 흐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세대 DT기술경영센터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IfM Engage와 공동발간 준비 중인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 제5판 (2026)' 에서는 전 세계 주요 50개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의 '지능화(Intelligence)' 전환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런던·파리 등 주요 분석 대상 도시들이 추진 중인 도시 서비스와 인프라, 혁신 프로젝트를 비교·분석한 결과, 첨단 ICT를 활용은 2024년 55%에서 2026년 62%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로봇 등 첨단 기술을 포함한 혁신기술 분야의 비중은 약 16% 수준으로 확대되며, AI 중심 도시 전환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주요 혁신기술 분야의 약 57%에 AI 기술을 통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4년 48% 대비 약 9% 증가한 수치로, AI가 이제 단순한 실험적 기술 단계를 넘어 도시 운영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분야별로는 교통, 에너지·환경, 도시행정 분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AI 도입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도 AI 도시들은 기존 생성형 AI 서비스를 넘어 예측형·피지컬 AI와 일부 에이전틱 AI 기반 서비스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통 흐름 최적화, 에너지 수요 예측, 도시 안전관리뿐 아니라 민원 응대와 행정 지원 영역에서도 자율적으로 판단·대응하는 일부 에이전틱 AI 서비스가 빠르게 적용되며, 도시 운영체계 전반이 AI 중심구조로 재편 될것으로 향후 예상된다. 특히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기술의 발전은 도시 전환의 속도를 급격히 앞당기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도시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시민과 상호작용하며 공공서비스를 재설계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향후 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건물과 도로를 보유했는가보다, 얼마나 지능적인 도시 운영체계를 구축했는가에 의해 도시간 더 나아가 국가간 AI 격차가 심화 될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와 공공데이터 체계를 이미 구축해 왔다. 또 초고속 통신망, 모바일 서비스, 전자정부, 디지털 행정, 공공데이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지난 수년 간 데이터 기반 스마트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도 함께 발전해 왔다. 이는 AI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기반이며 특히 시민의 디지털 수용성이 높고 공공서비스 혁신 경험이 풍부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형 AI 도시, 즉 K-AI 도시 모델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은 민간 플랫폼 중심의 혁신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통합형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데이터 주권과 윤리를 중심으로 AI 거버넌스를 강화 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모델과 다른 방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으며, 본고에서는 성공요인들이 무엇인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주요 50개 도시의 '지능화(Intelligence)' 현황. [출처: 스마트시티인덱스 보고서 제5판 (2026), 연세대 캠브리지대 IfM Engage]
주요 50개 도시의 '지능화(Intelligence)' 현황. [출처: 스마트시티인덱스 보고서 제5판 (2026), 연세대 캠브리지대 IfM Engage]

첫째, 시민 참여와 공공서비스 혁신을 결합한 시민 중심 AI 도시 모델이다. 앞으로의 K-AI 도시는 시민을 단순한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도시운영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 데이터는 단순한 수집 대상이 아니라 공공 가치 창출의 자산이 되어야 하며, AI 정책 역시 시민참여 기반 위에서 리빙랩 차원에서 설계돼야 한다. 결국 AI 도시의 본질은 기술중심 도시가 아니라 시민과 AI가 함께 진화하는 협력형 도시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글로벌 도시들의 예측형 AI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른 고품질 도시데이터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각 도시에서 구축해온 데이터 허브 플랫폼은 이제는 단순한 양적 확장을 넘어, 범용적 AI 서비스 또는 에이전틱 AI가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경량화·최적화된 지능형 데이터 허브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개발·보급돼야만 한다.

셋째, AI에 대한 과도한 기술 낙관론을 넘어, 지속가능한 AI 도시 운영모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논의되는 AI 도시 모델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 수준을 넘어, 도시 전반에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상시 작동시키는 구조를 전제로 하는 다중에이전트 시스템(Multi-agent Sytems)은 단순 구축비 보다 훨씬 큰 규모의 지속적 운영비용을 요구할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AI도시는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고비용 도시 운영체계'를 고려한 비즈니스모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도시의 진정한 핵심은 기술보다 데이터와 신뢰에 있다. AI는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시민의 신뢰 없이 AI 도시도 존재할 수 없다. 앞으로 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는가보다, 시민이 얼마나 데이터를 신뢰하고 참여하는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한 AI 도시 거버넌스의 정책연구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AI 기술 역량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과 전략이다. AI 도시는 특정 기업이나 정부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전환이어야 한다. 결국 K-AI 도시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AI 기술을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시민 중심적이고 포용적인 도시 전환을 이루었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 AI 도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술을 넘어 모두의 AI 도시를 설계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jhoonlee@yonsei.ac.kr

〈필자〉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AIoT 서비스 융합트랙)이자 DT기술경영 센터장으로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지역특위 분과위원과 국가데이터 정책위원회 생산·공유 분과위원회에서 실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명예시장·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장·위원, 국가 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한국 IT서비스학회 및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영국 캠브리지대 IfM Engage와 2년 주기로 발간하는 스마트시티인덱스 보고서의 저자이며, 현재 UN HABITAT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람중심의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한 국제가이드라인'의 전문가 그룹 한국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