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도 신청하게 해달라”…장관 메일 한 통에 바뀐 '모두의 창업'

중기부 '장관에게 직접 제안하세요' 100일…322건 접수
주요 제안, 확대간부회의 통해 실제 정책 개선으로 연결

“재외국민도 '모두의 창업'에 신청할 수 있게 해주세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개인 메일로 직접 전달된 현장 제안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중기부가 운영 중인 '장관에게 직접 제안하세요' 창구를 통해 접수된 다양한 현장 목소리가 창업·정책자금·기술보호 정책 변화로 연결되며 새로운 정책 소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2월 도입한 누리집 내 '장관에게 직접 제안하세요' 코너 운영 100일을 맞아 그간의 접수 및 답변 현황을 공개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해당 창구는 기존 '열린 장관실'을 개편한 것으로, 국민 제안이 실무부서를 거치지 않고 장관 개인 업무용 메일로 직접 전달되는 구조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2월 2일부터 5월 13일까지 약 100일간 총 322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3.5건 수준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창업기업 대표뿐 아니라 은행권 실무자와 재외국민까지 다양한 현장 의견이 전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일부 제안은 실제 정책 개선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존 창업자나 사업자등록 후 매출이 없는 창업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접수됐다. 또 해외 거주 재외국민도 사업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중기부는 이를 반영해 창업 3년 이내 이종 창업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확대했고, 재외국민 역시 이메일·연락처 등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사업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6월 예정된 2기 모집부터는 IP 기반 본인 인증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과 관련해서도 변화가 이뤄졌다. 현장에서는 기존 선착순 접수 방식과 시스템 불안정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이에 중기부는 정책 목적에 맞는 지원자를 선별하는 '정책 우선도 평가'를 도입하고, 신청기간 내 접속한 신청자를 모두 접수받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 확대 요청에 대해서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긴급경영안정자금 2500억원을 편성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밖에도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집행 시기 문의, 지원사업 신청 시 첨부 가능한 사진 용량 확대 요청 등 정책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적 불편 사항에 대해서도 즉시 답변과 개선 조치가 이뤄졌다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 제안도 이어졌다. 은행권 실무자는 정책보증 신청 문턱을 낮춰 기업들이 보다 쉽게 보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창업 경험이 있는 한 제안자는 대학생 예비창업자 대상 인건비 지원 제한 완화와 창업 교육 강화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 20여년간 중소기업에 근무했다는 한 제안자는 “중소기업 사정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좀비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며 중소기업 인식 개선 필요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타 부처 협업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도 접수됐다. 지역 이전 청년기업 할당제 도입, 반려동물 수분해장 규제 개선, 산업단지 내 뿌리기업 취득세 감면 확대 등이 대표 사례다. 중기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장관과 실무진의 직접적인 소통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한 R&D 제안자는 “담당 사무관들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형식적이지 않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들어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또 다른 제안자는 “장관이 직접 메일을 보내줘 힘을 얻어 '모두의 창업' 신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앞으로 제안을 △제도개선 △정책과제 △현장소통 △기업홍보 △기타 등 5개 유형으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주요 제안은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실제 정책 개선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제안 하나하나에 담긴 절박함과 진정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개선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