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18세 유권자가 전국적으로 약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단순히 한 가지 모습으로 묶을 수 있는 첫 유권자들이 아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있고, 학교 밖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청년도 있으며, 대학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도 있다. 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 있지만, 모두 같은 미래를 향해 한 표를 행사하는 첫 유권자들이다.
이들이 던지는 한 표는 단순히 사람 한 명을 고르는 선택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갈 교육의 방향과 우리 사회의 내일을 비추는 나침반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교육감 선거가 있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는 신중하고 중요한 선택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사뭇 다르다. 정당 공천도 없고 후보 검증 토론 역시 충분하지 않아 늘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이처럼 유권자의 무관심이 깊어지는 사이 공약은 수십 개씩 쏟아지지만, 임기가 끝난 뒤 실제 무엇이 달라졌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경우는 드물다. 교육감 선거가 매번 '깜깜이 선거'라는 혹평을 받는 이유이다.
이러한 정보와 판단 기준의 사각지대에서 가장 큰 혼란을 겪는 이들은 정작 생애 첫 공적 선택 앞에 선 첫 유권자들이다. 특히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그 이면에는 교사에게 부여된 '정치적 중립 의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자리하고 있다. 교사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는 물론, 선거와 관련된 대화 자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민원 한 건이 징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탓이다. 결국 일부 첫 유권자들은 충분한 정보와 판단 기준 없이 투표장에 서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공약 평가 방식에도 있다. 교육감 공약 이행률은 매번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숫자만 보면 거의 모든 약속이 성공적으로 지켜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왜 학교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될까.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이행률은 대부분 '무엇을 했는가'를 측정한다. 예산이 편성됐는지, 사업이 시작됐는지, 조례가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학생이 실제로 배움과 성장이 이루어졌는지, 학습 격차가 줄었는지, 교사의 행정 부담이 감소했는지와 같은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는 충분히 묻지 않는다.
![[에듀플러스]〈기고〉교육감을 선택하는 세 가지 질문](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20/news-p.v1.20260520.1fa20ce45a5c4717a69650ea9b69e623_P1.png)
그렇다면 유권자는 후보의 무엇을 보아야 할까. 질문은 다음 세 가지면 충분하다.
첫째, 4년 뒤 어떤 숫자로 평가받을 것인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목표가 아니다. 측정 가능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둘째, 성과가 없을 때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중간평가와 공개 보고, 실패에 대한 수정 계획까지 약속하는 후보인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임기가 끝난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좋은 교육감은 화려한 흔적보다 다음 사람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남긴다.
민주주의는 투표하는 행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질문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이 선거 역시 사람의 이미지나 구호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시스템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의 힘은 교육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나아가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무엇을 약속하는지보다 무엇을 성과로 평가받을 것인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임기 이후 어떤 구조를 남길 것인지를 묻는 힘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출발점이 된다. 결국 좋은 교육을 선택하는 힘은 좋은 정치와 좋은 사회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힘으로 이어진다. 올해 처음 투표하는 40만 명의 선택이 단지 한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교육 구조를 선택하고, 더 나아가 책임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질문의 기준은 최근 출간한 『내가 교육감이다』에 보다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 책은 후보 검증 기준과 공약 평가 체크리스트, 성과 평가 구조 등을 통해 단순히 누군가를 선택하는 방법을 넘어 유권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안내서가 되고자 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깜깜이 선택'을 넘어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선택해야 한다는 본질을 이야기한다.
동명의 유튜브 채널 '내가 교육감이다'에서도 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채널을 통해 교육감 공약의 구조적 모순과 후보 검증 기준을 실제 사례와 함께 쉽게 풀어내고 있다. 올해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된 18세 유권자는 물론, 올바른 판단 기준을 찾는 모든 유권자가 스스로 비교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한 선거 정보 안내가 아니다. '질문하는 유권자'를 만드는 일이다. 정책과 공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교하고 판단하며 질문할 수 있는 힘을 만드는 일이다. 40만 첫 유권자를 포함한 모든 유권자의 손에서 그 날카로운 질문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결국 민주주의는 투표하는 사람보다 질문하는 사람에 의해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