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외연 확장·통합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유시민 작가가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해 공개 비판을 쏟아냈다. 검찰개혁이 지연된 배경에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다만 유 작가의 주장은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작가는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재건축인지 재개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계 개편을 머릿속에 둔 것 같은데 옳다, 그르다를 떠나 필연적인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 작가는 'ABC론'과 '재건축론'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비판해왔다. 이날 발언 역시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특히 '실패'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공세를 펼쳤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의 선택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선택한 노선을 존중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이 재건축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정당이 아니다”라며 “재건축과 재개발 모두 대중이 필요성을 인식해야 성공하는데, 지금은 재건축도 재개발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1년 넘게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안도 대통령이 못 내게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완수사권 일부를 검찰에 남겨 놓는 게 좋겠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욕먹을 일은 밑에 사람을 시키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기가 하는 '마키아벨리'식으로 문제를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검찰개혁이 이렇게 지체되는데 이 대통령은 진짜 해명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면서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일 때 대통령도, 민주당도 강한 것이다. 대통령의 지배를 받는 당은 망하고 그 당은 해체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작가의 이날 발언은 실제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혀온 입장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유 작가는 일부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확인 가능한 사실과 정치적 해석·추정을 뒤섞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개혁의 경우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확정된 국정과제로 정리하고 보완수사권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국회에 최종 판단을 맡긴 이유까지 직접 설명해왔다.
가장 최근 발언은 지난달 19일 춘추관에서 열린 G7·유럽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회에 맡긴다는 취지는 보완수사권 논란이 너무나 예민하고 많이 오염된 주제라는 측면도 있다”며 “완전히 순수한 상태는 아니다. 정치적 슬로건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치화를 막기 위해 국회로 넘긴 것”이라며 “그것조차도 정치적 논쟁이나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국회와 논의하라고 했다. 권한을 줬으니 책임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완수사권에 대한 충분한 제도적 논의 없이 일부가 선명성 경쟁 차원에서 이를 정치적 쟁점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돌린 이유이기도 하다.
또 “국회와 민주당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국민 의견도 수렴하고 장단점도 잘 점검해 어떻게 보완할지 종합적으로 논의하라고 국회에 넘겼다”며 “검찰의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는 것은 1차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완수사라는 이름으로 권한을 줬더니 사건을 크게 만들어 새로운 사건을 만들다시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그런 우려를 하는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주 최소한의 엄격한 조건 아래 최소한만 허용하면 좋겠다”며 “악용될 여지가 걱정이라면 악용되지 않게 만들면 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지만 악용될 여지가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까지 모두 봉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그것조차 문제가 있고 악용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하면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지 않느냐”며 “아주 예외적인 상황을 가지고 논란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 예외적인 부분은 예외적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은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수사권 분리에 대한 반론이 적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소 자체를 목표로 수사하고 기소에 맞춰 사건을 조작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이 검찰권 남용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가 제일 중요한데 그건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더불어 “수사를 행정안전부에 맡기는 것까지 정치적 결정을 했으니 이제는 부실 수사가 되지 않게 하는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 장치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문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회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올해 3월에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까지 제정돼 오는 10월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출범할 예정이다. 검찰개혁이 1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유 작가의 주장과 달리 제도 개편을 위한 핵심 입법은 이미 상당 부분 마무리된 셈이다.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모든 권력을 완전히 빼앗는 방식으로 해두면 나중에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라며 “정치는 자기주장을 막 해도 되지만 행정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력의 남용 가능성을 봉쇄해야 하지만 수사 효율성이 제거돼서도 안 된다”며 “효율적이지만 남용 가능성은 없는 정의로운 수사·기소 제도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외연 확장에 대한 유 작가의 비판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기조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허무는 작업이 아닌 집권 기반을 넓혀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이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과의 1대1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사례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이른바 DJP연합을 통해 집권했다. 선거 전날 밤 단일화가 깨지기는 했지만 ,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몽준 전 의원과 손을 잡아 외연을 넓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각각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대선을 치렀다.
개별 인사의 임명 적절성과 별도로 일부 사례만으로 통합 정책 전체를 정계 개편이나 민주당 해체 구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성급한 일반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연 확장과 통합 전략의 성패는 향후 국정 성과와 국민의 평가를 통해 판가름 날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정책을 '필연적인 실패'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낟.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그게 뒷받침이 되는 것이다. 말로만은 안 된다”고 언급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