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래 반도체 실험장'…아이멕, 1나노 시대 앞당긴다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아이멕(imec) 본사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아이멕(imec) 본사

벨기에 브뤼셀 자벤텀 국제공항에서 약 20㎞ 떨어진 도시 루벤. 도심을 지나 낮은 숲과 녹지가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자 유리 외벽의 현대식 연구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세부터 유럽 지성의 중심지로 꼽혀온 루벤에 자리한 아이멕(imec) 본사 캠퍼스다.

18일(현지시간) 찾은 아이멕 캠퍼스는 조용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분주했다. 5개 건물로 이뤄진 대규모 단지 곳곳에서 연구자들이 오가고, 클린룸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거트 베르겐(Gert Bergen) 아이멕 수석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곳을 “업계가 함께 미래 기술을 검증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1984년 설립된 아이멕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장비·소재·설계 기업이 차세대 공정 기술을 공동으로 검증하는 '미래 반도체 실험장'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파크시스템스의 검사·계측 장비를 비롯해 250대 이상 장비가 24시간 가동 중이다. (사진=박유민 기자)
국내 파크시스템스의 검사·계측 장비를 비롯해 250대 이상 장비가 24시간 가동 중이다. (사진=박유민 기자)

아이멕에는 한국을 포함한 100개국 출신 6500여명이 근무한다. 시스템반도체, 소재, 장비, 설계 등 분야에서 600개 이상 기업·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클린룸 면적은 1만2000㎡로, 국내 파크시스템스의 검사·계측 장비를 비롯해 도쿄일렉트론(TEL), ASM 등 글로벌 장비사의 첨단 장비 250대 이상이 24시간 가동 중이다.

클린룸 내부로 들어서자 첨단 장비가 눈길을 끌었다. 장비 한 대가 차지하는 공간만으로도 초미세 공정 연구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특정 기업이 독자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첨단 장비도 아이멕에서는 공동 연구 인프라가 된다. 그중 핵심은 아이멕이 최근 300㎜ 클린룸에 들여온 High-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EXE:5200'이다. 2나노 이하 칩 기술 개발을 앞당길 장비로, 올해 4분기까지 최종 검증을 마치고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아이멕 클린룸에 도입된  ASML의 'EXE:5200' EUV 장비 (사진=아이멕)
아이멕 클린룸에 도입된 ASML의 'EXE:5200' EUV 장비 (사진=아이멕)

장비 한 대를 들이는 과정부터 협업이 필수다. EXE:5200은 수십 대의 트럭에 나뉘어 운송됐고, 현장에서 240개 이상의 핵심 부품을 조립해야 한다. 장비는 거대하지만 미세 진동에도 민감하다. ASML 엔지니어와 아이멕 인력이 설치·운용 전 과정을 함께 진행하는 이유다. 장비를 '구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비사와 연구소가 한 팀처럼 공정을 만들어가는 구조다.

아이멕 관계자는 “더 미세한 선폭, 더 복잡한 장비, 더 막대한 투자 앞에서 독자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아이멕 클린룸은 그 부담을 나누고, 미래 공정의 가능성을 앞당겨 검증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멕 클린룸 내부 전경. (사진=박유민 기자)
아이멕 클린룸 내부 전경. (사진=박유민 기자)

아이멕의 목표는 단순 양산이 아니다. 현재 업계 양산 공정보다 여러 세대 앞선 기술을 먼저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8년 1.4나노급(14A), 2031년 1나노급(10A) 공정을 목표로 차세대 반도체 로드맵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규모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클린룸 인프라에 투입된 누적 금액만 약 35억유로(약 6조원)에 이른다. 현재는 4000㎡ 규모의 신규 팹4 건설도 진행 중이며,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약 25억유로(약 4조원)의 추가 설비투자(CAPEX)가 예정돼 있다.

루벤=박유민기자 newmin@etnews.com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