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마치 브레이크로 자동차 운행을 멈추듯, 유전자 연구 중 원하는 순간에만 특정 유전자 기능을 끌 수 있는 기술 적용폭을 대폭 늘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대행 김영덕)은 유전체 교정 연구단(단장 구본경) 연구팀이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SCON)' 기술 적용범위를 제브라피시(소형 담수어 연구 모델)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 오가노이드(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장기 유사체) 등까지 확장했다고 20일 밝혔다
유전자 역할을 연구하려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기능을 억제하는 실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는 제거 즉시 세포나 개체가 죽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연구자들은 원하는 시점에만 유전자 기능을 끌 수 있는 '조건부 녹아웃(ckO)' 기술을 사용해왔는데, 제브라피시나 인간 줄기세포에서 기술 구현이 복잡하고 효율이 낮았다.

위해 연구진은 더 간단하게 특정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는 SCON 기술을 활용했다. SCON은 유전자 안에 짧은 인공 DNA 조각을 삽입한 뒤, 필요할 때 특정 효소를 작동시켜 유전자 기능만 선택적으로 끄는 기술로, 기존 ckO 기술보다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다양한 생물 종에 적용할 가능성이 제시돼 왔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시에서 해당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색소 형성에 필요한 '티로시나아제(tyr)' 유전자에 SCON을 삽입한 뒤 특정 효소를 활성화하자 물고기 체색이 사라졌고, 발달에 필수적인 'Sox2' 유전자 기능을 열 자극으로 억제하자 부레 형성 이상과 꼬리 변형이 나타났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도 원하는 시점에 제어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도 SCON 기술을 검증했다. 세포 성장과 발생에 중요한 유전자들에 SCON을 삽입한 뒤 약물을 처리하자 해당 유전자의 기능이 성공적으로 제거됐으며, 일부 세포는 시간이 지나며 사멸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생쥐, 쥐, 닭, 박쥐, 돼지, 원숭이 유래 장 오가노이드에서도 SCON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308종 척추동물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조건부 유전자 제거 실험 설계를 지원하는 웹 플랫폼 'GenPos-SCON'도 구축했다.
구본경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성과는 기술 적용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인간 질환 연구와 발달 생물학 연구가 한층 더 정밀하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 길을 연 성과”라고 말했다.
교신저자 이희탁 연구위원은 “이번 성과는 생물 종과 유전자에 따라 바로 활용 가능한 설계 정보를 몇 번의 클릭만으로 얻을 수 있도록 구축한 플랫폼으로,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보다 빠르게 실험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