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난치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 중 하나는 '연하곤란(삼킴 장애)'이다. 삼키는 기능이 저하되면 영양 섭취가 어려워져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항암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주로 유동식을 대안으로 활용하지만, 음식 고유의 형태와 식감을 유지하기 어려워 환자의 식사 만족도가 저하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은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가 환자 개인의 삼킴 능력에 맞춰 물성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3D 프린팅용 복합 잉크를 구현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 잉크는 고단백 미세조류인 골든 클로렐라와 옥수수·감자·타피오카 등 천연 전분을 결합한 소재다. 연구팀은 식품 유변학 분석 기법을 활용해, 3D 프린팅 과정에서 정교한 형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환자가 삼키기에 적합한 점도와 탄성을 과학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전분 종류에 따른 물성 변화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연하곤란 단계별 적용이 가능한 '맞춤형 물성 제어 가이드라인'도 수립했다.
이번 기술 핵심은 영양 공급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음식 본연 형태·질감을 3D 프린팅으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익숙한 음식의 형태가 유지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는 심리적 만족감과 함께 식사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복합 잉크 소재를 췌장암 면역 조절 기능 성분을 강화한 고기능성 정밀영양 소재로 발전시켜 암 환자뿐 아니라 고령자 삶의 질 향상에도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환자의 연하 단계에 따라 식품의 질감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환자 상태에 맞춘 정밀한 식품 설계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유동식 중심의 획일적인 환자식을 넘어, 식사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맞춤형 메디푸드 개발 기반을 구축했다.

구송이 KIST 박사는 “환자가 매일 마주하는 식사 문제를 첨단 기술로 해결한 혁신적 성과”라며, “확보된 원천 기술을 고기능성 정밀영양 소재로 발전시켜, 암 환자와 고령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천연물 소재 전문성과 식품공학·미생물학 등 다학제적 역량이 결집된 결과이다. 아울러 췌장암 등 난치성 질환 극복을 통해 국민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의 임무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Food Hydrocolloids'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