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특허법원, 특허소송 600건 육박…한국 기업 대응 전략 필요

유럽 통합특허법원 발간 '2025년 연례보고서' 표지.
유럽 통합특허법원 발간 '2025년 연례보고서' 표지.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을 중심으로 특허 분쟁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과 지식재산(IP)서비스 업계 대응 전략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 통합특허법원은 최근 '2025년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2023년 개원 이후 2025년 말까지 운영 성과와 사건 동향 등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UPC 1심 법원에는 해당 기간 특허침해 소송 494건, 독립적 특허 주효 소송 88건, 가처분 신청 91건이 제기됐다. 전체적으로 600건에 육박하는 사건이 접수되며 유럽 특허 분쟁이 단일 법원 체계로 빠르게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UPC는 사건 증가에도 절차 기한을 준수하며 신속한 판결을 한 점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국가별 분산 구조였던 유럽 특허 소송 환경이 단일화되면서 분쟁 처리 속도와 효율성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운영 측면에서는 기술 전문성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기술 전문 판사 수는 2023년 50명에서 2025년 80명으로 확대됐으며, 전기·물리 분야 인력 보강을 통해 기술 중심 분쟁 대응 역량이 강화됐다.

또 신규 사건관리시스템(CMS) 도입을 통해 60만건 이상 opt-out 신청, 10만 건 이상 대리인 등록 등 대규모 운영 성과를 기록하며 디지털 기반 사법 시스템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체 사건 약 58%에서 영어가 사용되며 글로벌 기업 중심 소송 환경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UPC 출범 이후 유럽 특허 분쟁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존에는 국가별로 분산되던 소송이 단일 법원으로 통합되면서 한 번 판결이 다수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소송 집중화와 신속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글로벌 기업 간 특허 분쟁이 보다 공격적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 역시 특허 분쟁 리스크에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 특허 전략 수립과 전문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무연 기율특허법인 대표변리사는 “UPC 체제에서는 단일 소송으로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훨씬 전략적인 특허 대응이 요구된다”며 “사전 선행기술 조사와 권리 포트폴리오 관리, 분쟁 대응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허소송의 복잡성과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단독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전문 IP 서비스 기업과 협력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UPC 출범과 운영 안정화가 글로벌 특허 분쟁 환경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기반 사법 시스템과 기술 전문 인력 확대가 결합되면서 향후 특허 소송 속도와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유럽 특허 전략 강화 △글로벌 분쟁 대응 역량 확보 △IP 서비스 산업 고도화 및 AX 지원 등을 중심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유럽 특허 분쟁 환경 변화가 본격화된 만큼, 국내 기업과 IP 서비스 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신무연 기율특허법인 대표변리사는 “UPC는 법률 판사와 기술자격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 체계를 통해 1심 판결까지 약 12~14개월 내 처리를 목표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며, 피고의 답변서 제출 기한도 송달일로부터 단 3개월에 불과하다”며 “특히 기한 연장을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데다 피고 측의 내부 사정이나 해외 본사와의 조율 시간 등은 연장 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시간적 압박의 강도가 주요국 어느 법원보다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일 소송으로 유럽 다수 회원국에 판결 효과가 일괄 미치는 만큼, 소송 발생 이전 단계부터 철저한 선행기술 조사와 전략적 권리 포트폴리오 관리가 기업의 핵심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며 “고도로 전문화된 UPC 시스템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기업 단독으로 움직이기보다 UPC 절차에 정통한 유럽 현지 대리인과의 긴밀한 공조 체계를 사전에 구축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