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일수·의약품 제한에…비대면 진료 참여 의사 78% “현장 외면한 정책 결정 우려”

정부가 연말 제도화되는 비대면 진료의 신규 환자 처방일수와 의약품 등의 제한을 추진하는 데 대해 참여 의료인의 80% 가까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하위 법령(의료법) 방향에 대한 참여 의료인 인식조사 주요 결과(자료=원격의료산업협의회)
비대면 진료 하위 법령(의료법) 방향에 대한 참여 의료인 인식조사 주요 결과(자료=원격의료산업협의회)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27일 정부의 비대면 진료 하위 법령 방향에 대한 참여 의료인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솔닥, 굿닥 등 원산협 회원사 플랫폼에 참여 중인 의사 1300명을 대상으로 신규 환자 처방일수 7일 이내 제한, 처방 가능 의약품 범위의 행정적 제한, 의료기관당 비대면 진료 비율 30% 상한 등 세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 의사의 62.1%(169명)는 신규 환자 처방일수 7일 이내 제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동의 응답은 33.5%(91명)에 그쳤다. 처방 가능 의약품을 행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역시 52.9%(144명)가 반대했다.

신규 환자에게 일률적인 7일 처방 제한이 도입될 경우 우려 사항(복수 응답)으로는 '장기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의 의약품 처방이 어려워져 치료 연속성이 제한될 것'이라는 응답이 70.6%(192명)로 가장 많았다.

원산협은 해당 우려가 플랫폼 이용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를 3회 이상 이용한 환자의 73.9%가 동일 성분 의약품을 반복 처방받으며, 만성·반복 관리 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는 것이 드러났다. 처음 만난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처방을 7일로 제한하면, 동일 약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환자 다수가 약을 받기 위해 매주 진료를 반복하거나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원산협은 지적했다.

의료취약계층·직장인·양육자 등 대면 진료가 어려운 환자의 의료접근성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는 응답도 39.3%를 차지했다.

원산협은 현재 논의 중인 안대로 하위법령이 확정되면 비대면 진료 생태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의사의 36.0%(98명)가 비대면 진료 제도 참여 축소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월 진료 건수 전망에는 응답자의 53.7%(146명)가 20% 이상 감소를 예상했다. 전체 응답자의 13.6%(37명)는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 시행이 역설적으로 비대면 진료 이용 환자의 의료접근성이 낮아지는 결과로 낳을 수 있다고 원산협은 강조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 실제 의료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조사 응답 의사의 78.3%(213명)가 '비대면 진료에 실제 참여 중인 의료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7.0%(19명)에 불과했다. 하위법령의 정책적 취지와 근거를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59.6%에 달했다.

비대면 진료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복수 응답)로는 '의사의 처방권 등 전문 재량을 존중하는 법제화가 응답률 63.6%(173명)로 가장 많았다. 비대면 진료 비율 제한 완화와 의사·환자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각각 응답률 45.6%, 40.1%로 뒤를 이었다.

자유 응답에는 7일 처방 제한이 재고 관리가 중요한 약국 운영 현실과 충돌한다는 지적, 30% 비율 제한이 소규모 의료기관에 미칠 역효과에 대한 우려 등이 제시됐다. “낮 비대면 진료만 열어도 30%를 초과해, 입법 전에 하던 야간 비대면 진료를 닫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산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비대면 진료 하위법령 수립 과정에 의료 현장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정부·국회와 소통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의사의 임상 판단권 보장과 환자 안전은 규제 강화가 아닌 데이터 중심의 거버넌스로 달성해야 할 과제”라면서 “지난 6년간 검증된 비대면 진료 데이터가 있고,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개인건강기록(PHR)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제도를 안착시켰으므로 정부가 전향적인 제도 설계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은 “정부가 신규 환자에 대한 처방일수를 7일 등 일률 제한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규 환자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규제할 경우 고혈압·당뇨·탈모 등 장기 처방이 필요한 만성·경증 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이 끊기게 되고, 결국 환자 의료비와 시간 등 사회적 비용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적인 데이터 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