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교직원을 사칭해 외부 업체와 교내 구성원을 노린 사기가 잇따르면서 대학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조 명함을 이용한 납품 사기를 비롯해, 총장 사칭 피싱 메일, 악성코드 유포 등 범죄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교직원 명함을 활용한 물품 납품·개인정보 요구 △연구비·업무경비 정산을 빌미로 한 송금 요구 △주민등록번호·계좌·인증번호 요구 △메신저에서 실제 직원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한 급박한 송금 요청 등이다.
지난달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시설관리국 직원을 사칭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며 학내 공지를 게시했다. 사칭범들은 공식 '@snu.ac.kr' 이메일 대신 개인 계정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접근했다. 특히 서울대 첨단융합학부와 거래 이력이 있는 업체를 상대로 실제 공사명이나 사업명을 언급하며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칭범이 특정 업체를 통해 물품 구매를 유도하거나 금품을 요구한 사례도 확인됐다. 지정 업체에 선금을 지급해 자재·물품 등을 구매하게 한 뒤, 특정 장소에 납품·설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물품 대리 구매를 위한 타 업체 송금 요청, 물품 선구매 요청, 개인 계좌를 통한 금전 거래(선입금·대납 등)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육대 또한 교직원과 학내 부서를 사칭한 사기 시도가 수차례 접수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 일당은 위조 명함을 이용해 접근했다. 명함에는 실제 또는 가상의 부서명과 담당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행사 기획서·물품 리스트 등 위조 문서를 통해 학교 업무인 것처럼 위장했다. 안전관리팀을 사칭한 소방 물품 구매부터 대규모 케이터링 서비스 계약 등 수법도 다양했다.
삼육대 관계자는 “지난해 8~9월경 처음 관련 피해가 접수돼 경찰과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며 “위조 명함 등 자료도 제출했지만 실제 금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수사 한계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교내 내부망과 공지사항을 통해 사기 수법과 대처 요령을 안내하고 있으며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관련 주의 공지를 게시했다”며 “실제 거래 업체를 지정하기보다 불특정 다수 업체를 상대로 무작위 접근하는 방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듀플러스]“학교 계약 건입니다”…대학가 노린 피싱, 악성코드 유포 등 신종 사기 주의보](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22/news-p.v1.20260522.ae26b8e057894e298002e86b38526e57_P1.png)
경희대에도 최근 총장을 사칭한 피싱 메일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초 총장 명의의 메일이 경희대 서울캠퍼스 부서 계정으로 발송됐고, 메일에는 '특정 QR코드를 이 메일로 회신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피싱 내용이 담겼다. 경희대는 즉시 해당 메일 수신을 차단하고 피싱 메일을 열람한 담당자 PC에 대한 백신 전체 점검을 실시했다.
전북대도 “실제 직원의 이름·직위를 도용하거나 동일한 디자인의 명함을 활용하는 등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주의 공지를 게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이 구조적으로 피싱 사기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은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며 수백 곳의 거래처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일부 대학은 계약 업체 관련 내용까지 공시하고 있어 일반 기업보다 정보가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총무처 관계자는 “대학은 본부, 단과대, 연구소, 산학협력단 등 구매 주체가 분산돼 있고 홈페이지에 부서별 연락처와 메일 등이 공개돼 있어 사기범들이 사칭에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직원 정보 공개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육대 관계자는 “외부 업체에 계약 진행을 명목으로 선금을 요구하거나 위조 명함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교내 공식 담당 부서를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개인정보 보호 강화 추세에 따라 대학 홈페이지 내 교직원 이메일 등 공개 정보를 축소해 왔지만 이번 사례를 계기로 관련 정보 공개 범위를 추가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