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뮤지엄, 추억·유저 로그·팬덤까지 담았다... '플레이 기록' 랜드마크로

“게임은 오락 아닌 동시대 문화” 넥슨뮤지엄 리뉴얼에 담긴 철학

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오른쪽)과 김정아 팀장이 13년만에 이뤄진 전시관 리뉴얼에 담긴 철학을 소개했다.
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오른쪽)과 김정아 팀장이 13년만에 이뤄진 전시관 리뉴얼에 담긴 철학을 소개했다.

국내 대표 게임 문화 공간인 제주 넥슨뮤지엄이 기존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벗어나 게임 이용자 경험과 관계성에 집중한 체험형 문화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단순 기술·하드웨어 중심 전시에서 나아가 '게임을 즐긴 사람들의 기록과 추억'을 전면에 내세우며 게임을 동시대 문화로 재해석하겠다는 시도다.

박두산 넥슨뮤지엄 관장은 “기존 박물관은 컴퓨터와 게임의 기술사적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게임 자체를 동시대 문화로 다루고 싶었다”며 “게임이 만들어내는 즐거움과 관계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 개관 이후 13년만에 이뤄진 이번 리뉴얼 핵심은 '게이머 중심 전시'다. 기자가 넥슨 계정을 연동하자 이용자 플레이 기록과 게임 이력이 전시 콘텐츠와 연결됐다.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게임 히스토리를 확인하고, 전시 공간 속에서 '내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박 관장은 “넥슨만이 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며 “게이머가 실제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고민했고 과거 '게임을 게임하다' 전시에서 계정 연동 반응이 매우 좋았던 경험이 이번 리뉴얼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넥슨뮤지엄에 전시된 옛 패키지 게임들
넥슨뮤지엄에 전시된 옛 패키지 게임들

실제 현장에서는 '넥슨 영수증' 형태로 이용자의 게임 이력을 출력하는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넥슨 측은 “영수증만 뽑으러 오는 관람객도 있었을 정도”라며 “사람들이 자신의 게임 역사를 확인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넥슨뮤지엄 타깃 관람층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부모·교사를 대상으로 '게임 인식 개선'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20~30대 게이머층을 중심으로 한 '팬 경험'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넥슨뮤지엄 내 아케이드 게임 체험 공간
넥슨뮤지엄 내 아케이드 게임 체험 공간

박 관장은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와서 '게임도 의미가 있구나'를 느끼길 바랐다면 지금은 넥슨 게임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와서 자신의 플레이 경험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왜 넥슨 게임 없냐” 질문이 출발점... 체험형 공간으로 진화

특히 메이플스토리·바람의나라·블루 아카이브 등 넥슨 대표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공간은 팬덤 반응이 뜨겁다. 넥슨은 향후 특정 게임 IP 중심 특별전과 콘텐츠 교체형 전시도 검토하고 있다.

박 관장은 “이번 전시를 일종의 플랫폼처럼 설계했다”며 “IP를 교체하거나 특정 게임 특별전을 여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를 가져가고 싶다”고 밝혔다.

넥슨의 게임 IP를 활용해 마련된 몰입형 체험 공간
넥슨의 게임 IP를 활용해 마련된 몰입형 체험 공간

게임을 단순 오락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기억을 형성하는 문화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박 관장은 “예전 전시는 박물관이 설명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이 했던 게임을 설명하고, 아이는 부모에게 현재 게임을 설명한다”며 “설명은 줄었지만 화자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와서 '게임이 이렇게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 문화구나'를 느끼고 갔으면 한다”며 “이런 경험이 누적되는 것이 넥슨뮤지엄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