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수까지 제어한 백금 촉매…수소 생산 효율·내구성 동시 향상

(왼쪽부터)박정원 서울대 교수, 토마스 F. 하라미요·마테오 카그넬로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왼쪽부터)박정원 서울대 교수, 토마스 F. 하라미요·마테오 카그넬로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국내 연구진이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 수소 생산 성능과 촉매 내구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박정원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토마스 F. 하라미요·마테오 카그넬로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연구팀이 수소 생산 촉매로 사용되는 고비용 귀금속인 백금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생산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촉매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용량 수소를 장거리 운송할 때 기존의 고압가스, 액화수소 방식은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액체 연료처럼 다룰 수 있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기술이 유망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운반된 액상 물질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 중에 값비싼 귀금속(백금) 촉매가 필수적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백금 원자 주변 화학물질을 제거하고, 백금 원자를 지지체에 직접 결합하는 새로운 촉매합성 전략을 도입했다.

백금 원자가 지지체 위에서 가장 안정한 위치를 찾도록 유도하고, 수소 처리 과정을 거쳐 1나노미터(㎚)에 해당하는 백금 원자 뭉치 촉매를 균일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촉매는 수소 추출 과정에서 백금 원자 사용효율을 높이고, 지지체 위에 단단히 고정해 뛰어난 내구성을 발휘한다.

연구팀은 또 새로 개발한 전자현미경 분석법을 통해 겉보기에 거의 동일한 크기의 백금 원자 뭉치라도 구성 원자 수가 13개에서 31개까지 다를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기존에는 비슷한 크기의 촉매 입자는 같은 성능을 가진다고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개수가 촉매의 수소 생산 성능과 내구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입증했다.

개발된 촉매를 액체 상태 화합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반응에 적용한 결과 시중 기존 촉매보다 백금 사용량이 10분의 1로 대폭 줄면서도, 수소 생산량과 촉매의 수명은 오히려 크게 향상됐다.

이 합성법은 실험실 규모에서 수십 그램 단위의 대량 합성이 단일 공정으로 가능해 향후 친환경 수소 사회를 앞당길 경제적·산업화 가능성까지 함께 확인했다.

박정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촉매 크기 최적화를 넘어 원자 수 단위의 정밀한 구조 제어를 통해 수소 생산 성능을 극대화한 성과”라며 “기초연구와 산업적 응용을 직접 연결하는 촉매 플랫폼으로서 수소경제를 선도할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기정통부 톱티어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9일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