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책임운영기관 해제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발생한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지나친 성과·효율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기관 본연의 역할인 '재난 안전 및 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정자원은 운영 자율성이 줄어드는 대신,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소관 기관으로서 본연의 책임과 역할 등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관가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책임운영기관 운영심의위원회를 열고 국정자원의 책임운영기관 지정 해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행안부 내 책임운영기관 평가 담당 부서의 주관하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심의회에서 해제 안건이 공식 상정됐고 최종 가결 처리됐다.
행안부는 이어 예산·인사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구체적인 해제 시점과 예산 구조조정 방안 등이 확정된다. 최종적으로는 '책임운영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명시된 책임운영기관 목록에서 국정자원을 제외하는 대통령령 개정 절차를 거쳐 모든 행정 절차가 마무리된다.
정부가 이같은 작업에 나선 것은 오는 2030년 국정자원 대전센터 폐쇄와 정부·공공시스템의 민간 클라우드 전면 이전 등 현재 추진 중인 국정자원의 대대적인 구조 혁신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책임운영기관 제도는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 원리에 따라 운영할 필요가 있는 기관에 대해 조직·인사·예산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관장에게 전권을 위임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국정자원은 이러한 자율성을 바탕으로 고유 사업 목적 달성과 예산 절감 등 효율성 측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해 왔다.
하지만 평가와 단기 성과, 효율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국가 주요 자원을 관리하는 기관의 근본 기능인 '안정성'과 '안전 관리'에는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국정자원 시설 내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현행 책임운영기관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 계기가 됐다.
한 전문가는 “책임운영기관은 예산과 조직 면에서 자율성을 보장받아 사업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지만, 자칫 성과 지표에만 매몰될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화재 등 심각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만큼, 국정 자원의 혁신을 앞두고 성과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안정성과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고 기관을 운영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외부 위원 심의를 거쳐 해제 절차에 착수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적용 시기는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야 확정되는 만큼, 현재는 남은 행정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