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는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시스템의 멈춤이 곧 행정의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고, 이후 공공 정보 시스템의 안정성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렇게 추진한 재해복구(DR) 체계 고도화 사업이 올해 본 궤도에 올랐다. 정부는 30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주요 공공 정보 시스템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전환 및 DR 체계 구축 사업을 우선 추진 중이다. 나아가 오는 8월까지 전체 공공 정보 시스템의 중요도를 재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더 넓은 범위 시스템의 DR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부의 행보는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단순히 클라우드 전환을 넘어, 데이터 보호와 시스템의 연속성을 책임지는 전문적인 DR 시장이 새롭게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기대와 동시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어떤 사업이든 초기에는 동력이 강하게 실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산과 정책 지원이 축소되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DR 체계 구축은 단순한 기술적 보완이 아니라,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행정을 결합하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정보 시스템은 필수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잣대보다는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가치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국정자원 화재라는 과거의 아픔이 주는 교훈은 시스템의 안정성이 결코 일회성 투자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정적 예산 확보와 체계적인 유지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재난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AI 기술 도입에 정부 예산이 집중되는 만큼 DR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