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계에서 가장 희귀한 색상 중 하나인 푸른빛을 띤 신종 문어가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 심해에서 발견됐다. 골프공만 한 작은 크기의 문어가 독특한 신체 구조와 기발한 생존 전략을 지니고 있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BS·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해양탐사선 노틸러스호(E/V Nautilus) 연구팀은 갈라파고스 제도 북부 다윈섬 인근의 수심 1773m 심해 산맥을 탐사하던 중 이 신종 문어를 포착했다.
당시 이 문어는 골프공 크기의 작은 크기로, 권투선수가 주먹을 쥐듯 짧은 다리를 위로 둥글게 말아 쥔 채 해저 모래 위를 이동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 연구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연구원은 “정말 작다! 파란색이잖아!”하며 감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문어의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끝에, 최근 생물학 국제 학술지 '주택사(Zootaxa)'를 통해 이 신종 문어의 학명을 '마이크로엘레도네 갈라파겐시스(Microeledone galapagensis)'로 명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문어가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2015년이었다. 당시 연구팀은 땅땅한 몸체와 짧은 다리, 먹물샘이 없다는 점을 들어 '타우멜레도네(Thaumeledone)' 속의 일종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피부가 매끄럽고 커다란 중앙 치설(이빨)을 가졌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엘레도네' 속과 더 일치했다.
기존에 알려진 유일한 같은 속 개체인 '마이크로엘레도네 만골디(Microeledone mangoldi)'는 창백한 분홍빛을 띠는 반면, 이번에 발견된 문어는 등 쪽이 연한 푸른빛, 외투막 안쪽은 짙은 보라색을 띠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필드 박물관 측은 특수 스캔 장비를 사용해 문어의 사진을 수천 장 촬영해 정체를 확인했다. 이후 표본을 입수했으나, 표본이 단 하나밖에 없어 3D 모델링 기술로 내부 구조를 분석해 신종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이 문어의 독특한 색상이 심해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생존 전략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상아리 등 많은 해양 생물은 위에서 볼 때는 어둡고 아래에서 볼 때는 밝은 색을 띠는 '카운터셰이딩(Countershading, 역음영)' 위장술을 쓰지만, 이 문어는 반대로 등이 창백하고 내장이 있는 외투막 안쪽이 짙은 보라색을 띠는 '리버스 카운터셰이딩(Reverse Countershading)' 전략을 쓴다는 설명이다.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두족류 전문가 자넷 보이트 부큐레이터는 “이 문어는 빛을 내는 먹이를 잡으면 짙은 보라색의 촉수 막으로 먹이를 완전히 감싸 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포식자의 습격을 피하고, 창백한 등 색상으로는 주변의 생물광 속으로 녹아드는 위장을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보통 문어는 다리가 길고 빨판이 많아야 먹이를 잡기 유리한데, 이 신종 문어는 다리가 턱없이 짧고 빨판 수도 적어 심해 퇴적물 속에서 어떻게 먹이를 잡고 생존하는지 등이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