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하늘의 드론에 이어 지상 전투로봇까지 대거 투입하며 전장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러시아군에 타격을 가하는 '무인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들어 드론과 지상 무인차량(UGV) 등 로봇 전력을 활용한 작전을 급격히 확대했다. 일부 전선에서는 병력 투입 없이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는 최근 여러 차례의 폭파 작전이 모두 원격 조종 로봇에 의해 수행됐다. 전투 현장에는 인간 병력이 투입되지 않았고, 지휘관들은 수 킬로미터 떨어진 지하 통제소에서 실시간 영상과 드론 정찰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지상 로봇은 정찰, 탄약 수송, 부상자 후송, 지뢰 설치, 폭발물 운반, 기관총 사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일부 로봇은 수백 발의 탄약을 적재한 채 적 진지에 접근해 직접 사격하거나 자폭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장비는 전기 모터를 사용해 소음이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들은 러시아군이 이러한 로봇을 '조용한 죽음(Silent Death)'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수행 방식을 상당 부분 무인화하면서 러시아군에 대해 새로운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과 지상 로봇을 연계해 참호 공격, 보급 임무, 폭발물 투하 등을 수행하며 병력 손실을 줄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전쟁의 '게임 체인저'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로버트 톨라스트 연구원은 지상 로봇이 부상자 후송과 보급, 지뢰 제거, 공격 임무에서 병사의 생명을 구하고 있지만, 단독으로 영토를 확보하거나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로봇 전쟁은 병력 부족이라는 현실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는 부족한 병력을 대체하기 위해 드론과 무인 전투체계 개발에 집중해 왔다. 현재는 전선 곳곳에서 인간 대신 기계가 전투를 수행하는 미래형 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