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농협은행, AI '내재화'로 승부수 띄웠다

AI기업 M&A로 기술·인력·플랫폼 확보
솔루션 도입 넘어 금융 업무에 AI 이식
생산적 금융·AX 전환 맞물린 전략 투자
[사진= 전자신문 DB]
[사진= 전자신문 DB]

NH농협은행이 인공지능(AI) 기업 애자일소다를 전격 인수하는 것은 금융 업무 전반에 AI 기술과 인력, 플랫폼을 내재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 AI 경쟁이 솔루션 도입에서 기술 내재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에이전틱 AI다. 에이전틱 AI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과 다르다. 사용자의 목적을 파악하고 필요한 절차를 나눠 수행하며, 여러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결해 업무를 처리하는 자율행동형 AI다. 은행 업무에 적용하면 고객 상담, 여신 심사, 리스크 분석, 내부 규정 검색, 보고서 작성 등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업무를 AI가 보조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다.

농협은행이 인수합병(M&A) 방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부 솔루션 도입은 특정 업무 개선에 그치기 쉽지만, 기업 인수는 개발 인력과 플랫폼 운영 역량까지 확보해 은행 업무에 맞는 AI를 직접 설계할 수 있다. 농협은행이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뱅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애자일소다 인수는 이를 앞당기기 위한 실행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농협은행이 애자일소다를 선택한 배경에는 금융권 적용 경험이 있다. 애자일소다는 삼성화재 심사 업무, 한화생명 보험금 자동 심사, 신한라이프 상품정보관리시스템 자동화 등 금융권 핵심 업무에 AI를 적용한 이력이 있다. 규정, 심사자료, 상품문서, 청구 데이터처럼 복잡한 금융 데이터를 처리해본 경험은 은행 업무 확장 가능성을 높인다.

은행 업무와의 접점도 뚜렷하다. 은행에는 여신 심사 자료, 상품 설명서, 내부 규정, 고객 상담 이력, 리스크 보고서 등 정형·비정형 데이터가 방대하게 쌓여 있다. AI 에이전트가 이를 읽고 분류하고 요약하면 직원 업무 속도와 상담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고객 거래 패턴과 자산 상황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 추천과 금융 상담으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M&A는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은행이 AI 혁신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의 기술을 금융 서비스 혁신에 직접 연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금 공급과 사업 협력이 결합된 방식으로 금융사가 혁신기업 성장과 자체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인수 이후에도 애자일소다의 독립경영을 보장해 AI 기업의 전문성과 개발 문화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내부 혁신 속도를 높이면서도 기술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협은행만의 특화 사업으로 확장할 여지도 크다. 농협은행은 일반 은행 업무뿐 아니라 농업금융, 지역금융, 농식품 기업 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다. 애자일소다의 데이터 분석과 AI 에이전트 기술을 결합하면 농가 경영 분석, 농식품 기업 여신 심사, 정책금융 추천 등 농협 특화 AI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관건은 인수 이후 통합이다. AI 기업의 빠른 개발 문화와 은행의 보안·규제·내부통제 중심 문화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농협은행이 애자일소다 기술을 실제 금융 업무에 빠르게 녹여낼 경우 은행권 AI 경쟁은 솔루션 도입을 넘어 핵심 기술과 인재를 직접 확보하는 단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