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주 등장하는 정책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AI 산업 육성과 데이터센터 구축,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디지털 행정혁신 등을 앞세우며 미래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AI가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는 이견을 찾기 힘들다.
AI 산업이 성장하면 지역경제도 함께 성장하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의 기대는 AI 자체가 아니다.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며 생활이 더 편리해지는 변화다. 주민들에게는 AI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이후가 중요하다. 실행을 통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성장 전략은 비교적 명확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하며 도로와 철도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적지 않은 성과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성장의 조건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AI를 산업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AI는 특정 산업 하나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변혁에 가깝다. 제조업의 생산 공정을 바꾸고, 물류의 공급망을 바꾸며, 유통은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보다 전력망이 중요하고, 설비보다 사람이 중요할 수 있다. 전력과 용수, 교통과 주거, 인재와 창업 생태계가 같이 움직여야 산업 경쟁력의 지속성이 만들어진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AI 기업을 지원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자동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AI 산업의 성장과 지역경제의 성장은 반드시 평행선이 아닐 수 있다. 산업의 성과가 지역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투자, 고용으로 이어질 때 AI는 비로소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AI 대전환의 성패는 그 성과가 지역경제로 얼마나 확산될 수 있는가에 판가름날 수 있다.
AI 산업의 성과를 지역경제로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금융은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AI 전환은 기술보다 눈앞에 닥친 자금의 문제에 가깝다. 지금까지 금융은 담보와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생산과 거래, 소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새로운 신용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화폐와 공공배달앱, 지역 상권 데이터가 금융과 연결된다면 지금까지 금융이 보지 못했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AI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도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AI 산업을 육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성과가 지역 기업의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그 혜택이 주민들의 삶 속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생성되는 소비와 생산, 매출과 거래 데이터를 정책과 금융에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기업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AI 산업은 자본과 인재, 데이터가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플랫폼 집중 문제 역시 균형 있게 풀어야 할 정책 과제다. 특히 AI 기업 유치 경쟁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역 기업들이 AI를 실제 활용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결국 AI 대전환의 성패는 그 성과를 지역경제와 주민의 삶 속으로 얼마나 확산시킬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국가 경쟁력도 지역경제의 활력 위에서 만들어진다. 어쩌면 AI 대전환의 진짜 조건은 기술이 아니라 실행일지도 모른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