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원부자재를 사용하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격 급등과 공급 제한이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은 충분한 재고조차 확보하지 못해 대응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5월 15일부터 31일까지 원부자재를 수급하는 중소기업 4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동 관련 중소기업 원부자재 수급 애로 설문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조사는 중동 사태 영향이 큰 석유화학 원료, 비철금속, 건설·토목자재, 전기·전자부품 소재 사용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중동 정세 이후 생산활동에 미친 영향으로는 '원가 부담 증가'가 9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원부자재 물량 부족' 응답도 80.7%에 달해 비용 부담과 공급 불안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원가 부담은 이미 현실화된 모습이다. 올해 2월 말 대비 주요 원부자재 평균 매입단가가 20% 이상 상승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71.9%에 달했다.
특히 포장재·필름·종이 사용 기업군에서는 80%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고 답한 비율이 31.4%로 전체 평균(15.1%)의 두 배를 웃돌며 가장 큰 원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보유 재고가 평상시 적정 수준 대비 70% 미만이라고 답한 기업은 65.9%에 달했다. 보유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 역시 '1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36.1%로 나타났다.
중동 정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대응 계획으로는 '조업 축소'를 검토한다는 응답이 39.8%에 달했다. 다만 기타 응답 기업 222개사 가운데 204개사는 '별도 계획 없음'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기업의 절반가량(49.7%)이 뚜렷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 과제로는 '원부자재 가격 및 공급 상황 모니터링 강화'(30.0%) 요구가 가장 많았다. 이어 납품단가 조정 및 납품대금 연동제 활용 지원(23.7%), 대체 원부자재·수입처 발굴 지원(17.3%),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12.4%) 순이었다.
현장에서는 공급사들의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필름·포장재 제조기업 A사는 “대기업 공급사들이 구체적인 가격 산정 기준이나 사전 협의 없이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며 “LLDPE 등 일부 원료 가격은 톤당 150만원에서 280만원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들은 원료 확보 경쟁에서 밀리며 생산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동발 공급망 충격 속에서 대기업 공급사의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으로 중소기업들이 생산 차질과 자금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가격 결정 구조와 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공급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