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을 견인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국내 도입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첨단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줄고 공정 가동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규제를 합리화하는 내용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고압가스 일반제조시설'로 묶여있던 EUV 장비를 글로벌 안전기준에 맞춰 '특정설비'로 전환한 것이다.
EUV 노광장비는 파장 13.5nm의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핵심 장비다. 네덜란드 ASML사가 전 세계 시장을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 장비 내부에는 액체 주석을 분사하기 위해 저압의 혼합가스를 고압으로 가압하는 압축기 등 고압가스 설비가 필수적으로 설치된다. 이 때문에 현행 법령상 고압가스 제조설비로 엄격히 분류, 설치할 때마다 까다로운 기술 검토와 제조 시설 허가, 중간 및 완성 검사를 34일에 걸쳐 받아야만 했다.
현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장비 도입이 크게 지연되고 기업의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산업부는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규제 체계를 손질했다. 장비를 특정설비로 전환하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중간 검사가 전면 생략되고 기술 검토 기간이 15일에서 2일로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검사 소요 기간도 9일로 최대 25일 단축된다.
특히 해외 공인검사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내압 및 기밀 검사 과정이 면제되면서 장비 한 대당 약 5억원에 달하던 검사 비용 절감 효과도 동시에 거둘 수 있게 됐다.
시행령 개정과 함께 시행규칙 정비도 병행된다. 산업부는 물과 세탁세제 대신 액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의류에 유해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하는 친환경 '액화 이산화탄소 세정 설비'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검사 기준을 신설했다. 또 상업용 세정 설비와 고압가스 저장시설 등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압가스 시설의 안전관리자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등 현장 밀착형 규제 혁신을 폭넓게 담아냈다.
개정안은 다음주 중 공포돼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번 법령 개정은 안전 확보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대표적인 규제혁신 사례”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 안전관리 체계를 통해 기업들의 첨단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