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는 오늘, 쿠바는 '수능' 취소됐다”…정치 실패가 만든 '국가의 민낯'

직항 노선 끊기고 호텔 운영 멈춰…관광산업 붕괴
급식 중단·식수 부족에 학교 떠나는 학생들 속출
방학 앞당긴 쿠바 정부…“한 세대 전체가 위험하다”
쿠바의 초등학교. 사진-=연합뉴스
쿠바의 초등학교.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대쿠바 제재 강화 속에 쿠바의 경제·사회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전력난이 교육 현장까지 덮치면서 국가 기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쿠바 관영 매체 쿠바데바테에 따르면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은 마드리드와 아바나를 잇는 직항 노선 운항을 전날부터 전면 중단했다.

항공사 측은 노선 수요 감소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쿠바데바테는 해당 노선의 운항 중단이 오는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캐나다계 글로벌 호텔기업 블루다이아몬드리조트도 지난달 29일 쿠바 내 모든 영업을 종료하고 운영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쿠바행 항공편 감소와 현지의 심각한 운영상 어려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경영 환경 등을 철수 이유로 제시했다.

블루다이아몬드리조트는 쿠바 전역에서 62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해 온 대표적인 외국계 관광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관광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교육 분야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쿠바 정부는 전력난으로 인해 학기를 조기 종료하고 올해 대학 입학시험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국가 전력망 붕괴가 반복되고 최대 48시간에 이르는 대규모 정전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대면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학사 일정을 예정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마무리하기로 했다.

대학 입학시험도 실시하지 않고 학교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쿠바데바테는 “미국 정부의 경제·금융·에너지 분야 봉쇄 강화로 발생한 물질적·조직적 어려움과 학생 및 가족들의 이동 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규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면서 학사 일정 차질은 물론 학력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UPI통신에 따르면 전력난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들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사실상 휴교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학생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전과 경제난으로 학교 급식 제공이 중단됐고 식수 공급 시설까지 멈추면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십 년간 무상교육을 국가적 성과로 내세워 온 쿠바 정부 입장에서는 교육 시스템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앤 르메스트르 유네스코 아바나 지부장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로 쿠바 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학습하는 것은 물론 또래들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는 한 세대 전체를 위협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명선 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