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넘게 노사 갈등이 지속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쟁의 금지 여부를 가리는 소송이 재개된다. 필수 작업 범위 규정 등에 24시간 가동되는 바이오의약품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법원의 기조 변화가 감지되며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제1민사부는 5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사 노조를 대상으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소송 항고심 첫 심문기일을 개최한다. 지난 4월 23일 법원이 일부 인용을 결정했던 가처분 소송의 항고심이다. 당시 법원은 공정이 연속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특수성을 고려해 노조가 일부 필수 작업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 판결 5일 후인 지난 4월 28일부터 노조는 필수 작업으로 제시된 일부 정제 공정을 제외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업계는 가장 중요한 생산 절차인 배양 공정 등이 필수 작업에 인정되지 않은 점을 우려했다.
지난달 15일 주주행동연구원 전문가 좌담회에서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는 “공정 도중 관리가 중단되거나 적절한 제어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품질 바이오의약품이 생산될 수 있다”면서 “현재의 품질관리 체계나 분석법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미래에는 예상치 못한 품질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 이후 상황이 달라지면서 법원이 사안을 달리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시간 연속공정이 돌아가는 반도체 공정에 대해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관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가처분 결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태도를 보인 탓이다.
역시 파업 위기를 맞았던 삼성전자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과 관련해 법원은 “반도체 제조 공정은 24시간 연속 운전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면서 보안 작업이 파업 때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상적 운영'에 대해서는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 시간, 규모, 주의 의무로 유지·운영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가처분이 나온 후 새롭게 내려진 판결인 만큼 고등법원에서는 이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법원이 파업 심각성을 고려해 회사 사업 수행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일부 쟁의가 금지된 공정에 대해 전면 파업을 강행한 점도 법원이 사안을 엄중히 판단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법원은 가처분 결정에서 쟁의행위가 금지된 작업에 대해 노조가 조합원에게 작업 중단을 지시하거나 관련 지침을 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노조는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해당 공정 작업자들 모두 파업에 참여해도 합법이라는 취지의 지침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원은 향후 노조가 가처분 결정 내용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회마다 회사에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결정까지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조가 가처분 결정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를 무시하면서 결국 간접강제 결정까지 나온 상황”이라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깨진만큼 법원에서도 해당 사건을 신중히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