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질병과 연관된 미생물을 찾는 초기 단계를 넘어 질병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질병 예측, 예방, 맞춤형 치료를 구현할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으로서 다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수년 내 건강관리는 물론 기존 치료제의 보완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고광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국제컨소시엄(IHMC) 2026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세계 석학들과 간담회를 열고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현황과 산업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학계는 최근 10여년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특정 질병과 미생물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는 데 집중했다면 현재는 어떤 균주가 어떤 유전자와 분자 기전을 바탕으로 질병을 유발하거나 억제하는지 규명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는 것이다.
루스 레이 막스플랑크생물학연구소 교수는 “이제는 특정 미생물과 숙주의 유전자·분자 수준 상호작용을 규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를 기반으로 실제 치료 표적을 발굴하고 신약 개발로 연결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가 줄어든 반면 유럽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상용화되고 관련 연구가 여전히 활발하다. 연구 범위는 비만, 파킨슨, 대사질환, 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파킨슨병의 경우 건강한 사람 중에서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파킨슨병 환자와 유사한 집단을 발견했고 이들이 실제로 질환 관련 증상을 더 많이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공유되기도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AI가 결합되면서 연구 환경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롭 나이트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소속 미생물군집혁신센터 설립 이사는 “AI를 활용해서 검사 대상 환자수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고 원인 규명도 훨씬 쉬워졌다”며 “적절한 데이터셋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이 분야에서 한국의 진척 속도가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자리한 세계 석학들은 유전적 영향이 아닌 개인의 식습관이나 운동,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이 바뀌므로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란 세갈 와이즈만과학연구소 의학부 교수는 “특정 균주를 활용해 비만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임상 연구의 경우 이미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개인의 웰니스를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 후 몇 년간 실질적인 치료제와 결합해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광표 학술위원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충족 치료 수요를 충족하는 모달리티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세계적으로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만큼 한국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지속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