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선불충전금 소멸 전 이용자들에게 사용 안내를 강화하라고 권고한 후에도 교통카드 사업자를 중심으로 소멸되는 선불충전금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선불업자들 중 연간 소멸된 선불충전금이 많은 회사는 티머니(148억3200만원)다. 이어 에스엠하이플러스(44억6900만원), 이동의즐거움(39억6000만원), 마이비(31억6600만원) 등 소멸된 선불충전금이 많은 사업자 대부분이 교통카드 업종에 집중됐다. 소멸 충전금이 많은 상위 4개 기업의 금액 합계는 260억원이 넘는다.
티머니는 최근 5년간 선불충전금이 가장 많은 회사로 해당 기간동안 소멸된 선불충전금은 958억2000만원에 달한다. 티머니 외 3개 교통카드 사업자의 최근 5년간 소멸된 충전금은 △이동의즐거움 206억2400만원 △에스엠하이플러스 198억3500만원 △마이비 191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최근 5년간 소멸시효가 끝난 선불충전금이 없다. 교통카드 사업자의 경우 대형 핀테크사들보다 사용처가 제한적이어서 소멸액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이후 소멸된 선불충전금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불충전금이 많은 상황이다. 교통카드 업종 외 유통 플랫폼 사업에서도 소멸 충전금이 상당하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2배 이상 늘어난 12억3900만원이 소멸됐고, 지마켓도 14억원 상당의 충전금이 소멸됐다.
권익위의 권고가 나온지 10개월이 지났지만 관계당국의 제도 개선·안내 강화가 늦어지며 선불충전금 소멸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선불충전금 소멸에 대한 담당과 책임 부처에 대해서도 규제당국 간 책임을 넘기며 대응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하는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는 소멸시효를 앞둔 선불충전금에 대한 안내와 관련된 내용이 규정돼있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사항을 반영해 약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먼저 기업 내 약관을 개정하도록 지도에 나섰다”며 “올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가 출범하며 권익위 권고를 포함해 전자금융업자들이 개별 약관에 소비자들이 선불 충전시 소멸시효를 별도로 안내하거나 소멸시효를 미리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불충전금 소멸로 발생한 낙전수익은 선불 충전 사업자의 수익으로 귀결된다. 금융감독원의 선불전자지급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낙전수입의 규모는 2021년 488억원에서 2024년 601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선불충전금을 외부에 별도로 관리해야하는 의무가 생겼지만 선불충전금 소멸에 대한 대응·활용방안은 별도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에 소멸 충전금을 금융소비자를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김상훈 의원은 최근 소멸되는 선불충전금을 서민금융진흥원 휴면계정에 출연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은행 예금이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서민금융진흥원의 '휴면예금'으로 출연받아 관리하는 것처럼 충전금도 서민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티머니 관계자는 “소멸시효는 최종 충전일이나 최종 사용일로부터 5년이지만 소멸시효 이후에도 실물 교통카드를 가져오면 카드 내 충전금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