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AI 시대 전력난 해법은 보이지 않는 발전소, EMS”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확산으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에너지를 얼마나 생산하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박찬우 한국EMS협회장(삼성전자 부사장)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AI 시대 전력난 해법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와 산업 전기화,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발전소와 송전망 확충은 한계에 직면하면서 공급 확대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발전소와 송전망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지만 수요단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EMS는 건물과 공장, 가정의 에너지 사용 최적화를 통한 최대부하 이전(Load Shifting) 等 '보이지 않는 발전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히트펌프 확산,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시스템의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EMS가 수요반응(DR), 가상발전소(VPP), 분산에너지 시장과 연결되는 국가 에너지안보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담=조정형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부장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국제 정세 불안과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MS가 국가 에너지안보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에너지안보는 안정적인 연료 확보와 발전설비 확충의 문제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 정세 불안, 에너지 가격 변동성, 전력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뿐 아니라 한정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수요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EMS는 단순한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에 머무르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에너지 소비 데이터의 패턴 분석을 통해 피크 시간대 수요를 억제하거나 분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반 기술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산업 부문 전력 사용 비중이 큰 국가에서는 최적화된 에너지 관리 역량 자체가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EMS는 에너지 모니터링을 넘어 전력 수급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에너지 정책도 공급 확대 중심에서 수요측 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EMS 중요성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에는 전력수요가 늘어나면 발전소를 더 짓고 송전망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전기차, 히트펌프, 산업 전기화로 전력수요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공급 확대만으로 비용과 시간, 입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수요 측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정밀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지가 중요해졌다. EMS는 단순 절전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피크를 줄이며 탄소배출까지 관리하는 수단이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도 제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뿐 아니라 생산과 운영 과정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다.

-EMS를 '보이지 않는 발전소'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한다면 EMS는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고 피크 시간대 수요를 조정하며 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발전소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EMS를 '보이지 않는 발전소'라고 부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확한 계측 데이터다. 어떤 설비가 언제 얼마나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알아야 최적화가 가능하다. 둘째는 실제 제어가 가능한 구조다. 단순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셋째는 절감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M&V(측정·검증) 체계다. 넷째는 DR, VPP, 전기요금제, 탄소관리 제도와의 연계다.

EMS가 제대로 작동하면 신규 발전설비를 짓지 않고도 전력 피크를 낮추고 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대에는 공급 확대와 함께 수요관리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 EMS 산업의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BEMS, FEMS, HEMS 분야에서 계측과 모니터링, 설비 제어, 에너지 분석 기술이 축적돼 있고 일부 기업은 AI 기반 최적화와 클라우드 기반 관리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시장 전체로 보면 아직 성장 단계다. EMS가 도움이 된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체계와 데이터 연계 표준, 유지관리 모델, 성과 기반 보상 구조는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건물, 공장, 가정, 전력시장, 탄소관리 체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개별 솔루션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표준과 상호운용성, 인증체계, 전력시장 연계를 포함한 통합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제조업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FEMS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제조업은 전기요금 부담과 탄소규제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특히 설비별·공정별 에너지 사용량이 크기 때문에 FEM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매우 크다.

앞으로는 전력 사용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 품질, 설비 가동률, 온도, 압력, 냉각수 같은 공정 데이터까지 함께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최적화가 가능하다.

또 앞으로는 에너지 비용 절감뿐 아니라 제품 단위 탄소배출량, 공정별 탄소집약도, 공급망 대응 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이다. FEMS는 제조업의 에너지관리 시스템이자 탄소경쟁력 관리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태양광과 ESS,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HEMS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가정은 단순한 에너지 소비자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태양광, ESS, 전기차, 히트펌프, 스마트미터가 보급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바뀌게 된다.

HEMS는 전기요금과 날씨, 생활 패턴, 전력계통 상황을 고려해 에너지 사용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 가전을 운영하며, 피크 시간대에는 ESS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 전력서비스, 통신, 데이터 분석이 결합되는 융합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HEMS는 미래 분산에너지 생태계의 중요한 접점이 될 것으로 본다.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EMS 산업의 본질은 결국 데이터 산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계측과 분석이 중요하다. EMS 기업의 경쟁력은 장비를 설치하는 능력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성 있게 수집하고 표준화하며 실제 제어와 서비스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품질과 상호운용성이다. 건물과 공장, 가정마다 설비 종류와 통신 방식이 다르면 플랫폼 확장이 어렵다. 데이터 표준과 API, 보안, 계측 정확도, 설비 간 연동성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또 AI 분석 역량도 중요하다. 앞으로는 단순히 사용량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수요를 예측하여 최적화된 설비 운전을 제시하며, 탄소배출과 비용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서 가장 시급히 바뀌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EMS를 설치하는 것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실제 절감량과 피크 저감 효과, 탄소감축 효과, DR 참여 가능성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또 공공건물과 산업단지, 학교, 병원, 데이터센터 등에 EMS를 적극 적용하고 성과 기반 운영모델을 확산해야 한다. 표준화와 인증체계를 통해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EMS가 일회성 구축 사업이 아니라 운영성과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최근 EMS 산업에서 제도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EMS는 공공건물 중심으로 의무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구축과 인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요한 것은 설치가 아니라 운영 성과다. 실제로 얼마나 에너지를 절감했고, 전력 피크를 얼마나 줄였으며, 탄소배출을 얼마나 감축했는지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는 EMS를 설치하고 인증을 받는 것에 집중돼 있다. 운영 과정에서의 성과와 인센티브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앞으로는 구축 중심에서 운영 성과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도 개선 과제는 무엇인가.

▲대표적인 것이 EMS의 독립적인 산업 분류 체계다. 현재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EMS가 별도 품목으로 분류되지 않고 빌딩자동제어 분야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EMS는 단순 설비 제어를 넘어 에너지 분석, 저장, 생산, 수요관리, AI 기반 최적화까지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조달과 제도 체계에서도 EMS의 독립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문 기업들이 성장하고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AI 시대에 EMS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분야는 어디라고 보나.

▲데이터센터와 전기화 산업 분야다. 과거에는 냉방 수요 증가 정도를 걱정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차 보급 확대, 히트펌프 확산, 재생에너지 증가,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력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공급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수요 측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공급이 많을 때 저장하고 부족할 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EMS는 이런 전력시스템 전환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이다.

-EMS 산업의 미래와 한국 기업의 기회는 무엇인가.

▲미래 EMS 산업은 단순 에너지관리 솔루션 시장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전력시장과 DR, VPP, 분산에너지, 탄소관리, 스마트홈, 스마트빌딩, 스마트공장과 연결되면서 플랫폼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데이터 기반 에너지 효율화, 전력시장 연계형 수요관리, 탄소관리 플랫폼이 핵심 성장축이 될 것으로 본다. 국내 기업들이 선점할 수 있는 영역은 제조업 FEMS, 스마트홈 기반 HEMS, 고효율 건물 운영 플랫폼,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한국은 제조업과 ICT, AI, 가전 산업 경쟁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EMS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계와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I 데이터센터와 산업 전기화는 전력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고 국제 정세 불안은 에너지 수급과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에너지를 똑똑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EMS는 건물과 공장, 가정의 에너지 사용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여 피크 에너지 사용량을 분산하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산업이다. 앞으로는 에너지 절감 장치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디지털 인프라로 인식돼야 한다.

산업계는 EMS를 단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미래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부 역시 표준과 인증, 인센티브 체계를 정비해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과 ICT, 가전, 배터리,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 EMS와 결합한다면 한국형 에너지관리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박찬우 한국EMS협회장

○…박찬우 한국EMS협회장은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가정에너지관리시스템(HEMS) 등 에너지관리 분야 사업과 기술 개발을 담당해 왔다. 2022년부터 한국EMS협회장을 맡아 EMS 산업 활성화와 표준화, 제도 개선 활동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AI·클라우드 기반 에너지 플랫폼과 수요관리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