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기업가치 14배 늘 때 DX 반토막…삼성 '제 살 깎기' 심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기업가치가 1년 만에 반토막났다.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가 안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스마트폰·가전 등 기존 삼성전자 주력사업이 시장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다.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DX부문 독자적인 기업가치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불거진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 DX 부문 산출기업가치(Implied EV)를 91조4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5만원으로 산정하며 제시한 기업가치 총액은 3488조원이다. DX부문이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반면, DS부문의 기업가치는 3353조6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를 오가던 지난해 8월 초까지만 해도 DX부문이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에 달했다. 지난해 8월 기준 DX부문 기업가치는 197조2000억원, DS부문은 240조5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DX부문 기업가치가 100조원 이상 평가절하된 셈이다. 반면, DS부문은 14배 급팽창했다.

DX부문 기업가치 하락은 스마트폰·가전 실적 부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DS부문이 1년 새 14배 가까이 팽창하는 동안 DX부문은 오히려 절대 가치까지 줄었다. 특히 사라진 DX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평가한 삼성전자 MX사업부의 기업가치는 80조3000억원이다. 지난 해 184조1000억원 대비 100조원 이상 떨어졌다. 삼성전자에서 가장 큰 영업가치를 평가받던 스마트폰 사업이 1년만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반면, 당시 메모리 사업의 기업가치는 174조4000억원으로 MX사업부보다 낮았다. SK하이닉스 대비 20% 할인된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TV·가전 사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LG전자와 비교하면 격차가 선명하다. 미래에셋증권이 평가한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의 가치는 11조1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LG전자의 경우 생활가전 HS사업본부 가치만 16조원 상당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영상·가전을 모두 합쳐도 LG전자의 HS사업본부에 못 미칠 정도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증권사는 사업부별 가치 합산평가(SOTP)를 저평가된 사업을 재평가하기 위해 활용하는데 삼성전자의 경우 오히려 DX부문의 소외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완제품 사업이 반도체 가치에 완전히 가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가치평가 변화 추이 - 자료: 미래에셋증권, AI 이용 재가공
삼성전자 가치평가 변화 추이 - 자료: 미래에셋증권, AI 이용 재가공

삼성전자는 16일부터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열고 DX부문 위기 돌파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DX부문 참석자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 원가 부담을 인식하고 AI전환(AX)과 사업 체질 개선을 양대 축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스마트폰·TV·생활가전 등 DX부문 주력 사업이 부품값 급등에 따른 수익성 위기에 동시에 직면한 시점에 협의회가 열리는 만큼 경영진이 내놓을 위기 돌파 해법과 하반기 실적 방어 전략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전자 SOTP 가치평가 추이 - 자료: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전자 SOTP 가치평가 추이 - 자료: 미래에셋증권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