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청소기 신제품의 글로벌 출시 시점을 늦춘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 등으로 지속한 생산기지 재검토 흐름에 더해, 미국이 해외 생산 로봇청소기의 신규 장비 인증까지 제한하면서 공급망 재편 압박이 한층 거세졌기 때문이다.
양 사는 당분간 국내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기존에 추진한 생산 효율화와 공급망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형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의 글로벌 출시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2월 출시 이후 하반기에도 출시 시점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략 재편에 따라 당분간 국내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상황을 살펴 글로벌 출시 시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지난 달 출시한 신제품 'LG 홈봇 오브제컬렉션 로니' 국내 판매에 우선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양 사는 당분간 국내 판매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은 시장 상황과 생산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해부터 미국 관세에 대응해 가전 생산기지를 재조정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관세 대응을 위해 TV와 생활가전 생산지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와 멕시코 공장을 중심으로 북미 공급체계를 재편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멕시코 생산량을 늘리고 멕시코 멕시칼리 공장을 세탁기 추가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등 생산지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로봇 관련 규제는 글로벌 출시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FCC는 지난달 28일 해외에서 생산한 '첨단 로봇 장치'를 국가안보 위해 장비 목록에 추가했다. 로봇청소기 본체 뿐만 아니라 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주요 구성품까지도 미국 국방부 조건부 승인을 받아야만 신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조치가 중국 기업을 정면 겨냥한 규제로 평가되는 만큼 한국 기업에는 중장기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당장 특정 신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보다 중국, 멕시코 등으로 분산된 냉장고, 세탁기 등 기존 주력 제품의 미국향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이 국내 기업의 주된 과제”라면서 “로봇청소기 글로벌 출시 지연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