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에서 화학물질 검출…“아기 호르몬 체계·성장 과정 영향 줄 수 있어”

모유는 영아에게 가장 적합한 영양 공급원으로 평가받지만, 모유 안에 포함된 일부 화학물질이 아기의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
모유는 영아에게 가장 적합한 영양 공급원으로 평가받지만, 모유 안에 포함된 일부 화학물질이 아기의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

모유는 영아에게 가장 적합한 영양 공급원으로 평가받지만 모유 안에 포함된 일부 화학물질이 아기의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20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와 미국 연구팀이 각각 진행한 연구에서 산모들의 모유에서 여러 종류의 내분비계 교란 물질(EDCs)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들 물질이 영아의 호르몬 조절 기능은 물론 성장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산모 336명과 이들이 출산한 영아를 대상으로 출산 후 1개월, 3개월, 6개월 시점에 모유와 소변을 채취해 성분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플라스틱 제품 등에 널리 쓰이는 비스페놀A(BPA)와 비스페놀S(BPS), 프탈레이트, 파라벤, 농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제초제 성분인 글루포시네이트 등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BPA는 출산 한 달 후 채취한 모유의 절반이 넘는 샘플에서 확인됐으며, 영아 소변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검출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프탈레이트는 전체 모유 시료의 90% 이상에서 발견됐다.

미국 시애틀 연구진이 산모 50명의 모유를 조사한 별도의 연구에서도 약 92%의 샘플에서 한 가지 이상의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검출됐다. 이 과정에서 과불화화합물(PFAS)과 난연제 성분 역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화학물질이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 생활용품, 농약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물질은 호르몬 균형을 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과 체중 변화, 뇌 발달,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의 마리아 엘리자베스 스트리트 박사는 “모유는 여전히 영아에게 가장 우수한 영양원이지만, 환경 오염 물질이 전달되는 통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영아기는 화학물질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은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모유 수유를 중단하거나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모유 수유가 제공하는 건강상의 이점은 여전히 매우 크며, 이번 연구는 영유아의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한 환경 관리와 오염 저감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