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 후…2040년의 어느 날, 아이들이 한 기업으로 견학을 갔다.
사무실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조직도가 없었다. 대표이사 아래에 본부장이 있고, 그 아래 팀장과 직원의 이름이 차례로 적힌 삼각형 모양의 표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벽 전체에 수십 개의 질문이 떠 있었다.
각 질문의 주변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이 놓여 있었다.
어떤 이름 옆에는 '결정', 어떤 이름 옆에는 '실행', 또 다른 이름 옆에는 '검증'과 '연결'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한 사람의 이름이 두세 개의 질문에 동시에 연결돼 있기도 했다.
아이들은 벽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질문은 같은 자리에 남아 있었지만, 그 주변의 이름과 역할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 이름보다 질문이 더 크게 보였다.
안내자는 아이들의 여러 질문에 답하면서 회사 문화에 대하여 설명했다.
“우리는 자리를 먼저 정하지 않아. 해결해야 할 질문을 먼저 정해.”
지난 조직들은 한 번 팀장이 되면 계속 팀장이어야 했고, 임원이 되면 이전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져야 했다. 직함이 높아지는 것은 성장이고, 직함이 낮아지는 것은 실패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은 일을 해결하는 것보다 자리를 지키는 데 더 많은 힘을 사용하기도 했다.
자신이 맡았던 문제가 사라져도 권한은 남았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도 자리를 내어주는 일은 쉽지 않았다. 조직이 달라지고 시장이 변해도, 과거에 만들어진 직함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문제는 계속 바뀌는데 자리는 그대로였다. 그렇게 조직은 어느 순간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자리를 유지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
지금의 조직은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앞에 선다. 실행이 중요해지면 실행하는 사람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검증이 필요한 순간에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결정을 주도한다.
문제가 달라지면 중심에 서는 사람도 달라진다. 어제 방향을 정했던 사람이 오늘은 누군가의 결정을 돕고, 어제 조용히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 내일은 전체를 이끌 수도 있다. 이곳에서 권한은 사람이 소유하는 지위가 아니다.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를 위해 잠시 맡겨진 도구다.
그렇다고 조직이 사람에게 끝없는 적응과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자리가 움직이려면 기준부터 분명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 그 일을 위해 어떤 권한이 주어지는지, 결과에 따라 어떤 보상이 돌아오는지가 먼저 합의되어야 한다.
견학을 마치려던 아이가 다시 안내자에게 물었다.
“그럼 계속 답을 찾아가는 사람은, 이름도 계속 남아 있겠네요?”
어쩌면 지속가능한 조직은 같은 사람을 같은 자리에 오래 두는 조직이 아니라, 한 사람이 찾은 답이 다음 사람의 출발점이 되게 하는 조직일 것이다. 자리는 바뀌고 권한은 이동해도, 질문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기여는 사라지지 않는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