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전방위로 치솟은 지금, 대한민국 공공 기술사업화 정책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1억 원 이상 중대형 기술이전'이라는 구시대적 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혁신이 일어나는 지금의 시장에서는 완성된 기술을 비싸게 파는 것보다, 기술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속도(Time-to-Market)'가 국가 생존을 가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과학기술연구사업 평가부터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건당 기술료 액수와 교수 1인당 기술료 수입은 대학의 역량을 재는 절대적 척도로 작동하고 있다.
수억 원짜리 기술이전 도장이 찍히는 순간 대형 성과라는 환호성이 터지지만, 정작 현장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가에 대한 대답은 회의적이다. 오히려 현재의 선급기술료 중심 정책은 기술 패권 시대의 핵심인 '유연한 비즈니스 협력'과 '신속한 스케일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초기 협상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공급자(대학·출연연)와 초기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기술 수요자(기업) 간의 공방은 치열하다. 이 과정은 마치 위자료 액수를 두고 싸우는 '이혼소송' 당사자들의 다툼과 유사하다. 천신만고 끝에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면, 양측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헤어진다. 계약서에 명시된 선급기술료 정산이 끝나는 순간, 서로에게 남는 의무와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사업화는 기술을 넘기는 순간이 '완결'이 아니라, 시장에서 제품으로 살아나는 '시작'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공유하는 지속적인 협업 관계가 필수적이며, 그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경상기술료와 주식이다. 사업화가 성공할수록 대학과 기업이 함께 과실을 나누는 이 구조야말로, 양측이 계약 이후에도 서로의 성공에 진심으로 헌신하게 만드는 유일한 유인(incentive)이다. 그러나 현실은 계약 체결과 동시에 '남남'이 되다 보니, 이전된 기술이 기업의 매출 증대나 고용 창출에 얼마나 기여 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기업으로부터 단절된다. 그 결과 대학 등 공공연구기관에서 수행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의 누적 기여도(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측정할 수 없는 고질적인 미스터리가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대학과 기업 사이의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 내부에서도 같은 모순이 반복된다. 기술이전 실적을 책임지는 산학협력단(TLO)은 리스크 관리를 명분으로 주식 수취를 꺼리고 오직 현금 중심의 계약을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중대형 기술이전 선호 현상'은 대학 내부에서 직접 기업을 설립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기술지주회사의 스케일업 활동과 결정적인 불협화음을 낳는다. TLO는 단기 현금 실적을 위해 외부 이전을 유도하고, 기술지주는 장기적 지분 가치를 위해 창업과 육성을 밀어붙이며 한 지붕 아래 두 조직이 유기적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하지만 TLO와 기술지주회사는 상호 보완적인 전문성을 가진 '한몸'이다. TLO가 원천기술을 발굴하고 권리성을 보호하는데 탁월하다면, 기술지주는 시장의 관점에서 기업을 키워내고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강점이 있다. 정부가 현금뿐만 아니라 주식 자산의 가치 상승까지 전향적으로 성과로 인정해 줄 때, 대학 내 두 핵심 기관은 소모적인 갈등과 불신을 내려놓고 기술사업화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원팀(One-Team)으로 뭉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초광역 라이즈 사업 등 지역 혁신의 성공 여부도 결국 이 생태계의 변화에 달려 있다. 도장 찍고 헤어지는 이혼소송식 '기술료' 싸움의 시대를 끝내고, 리스크와 과실을 함께 나누며 기업의 비즈니스를 끝까지 스케일업하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으로서의 기술사업화 정책을 기대한다. 아울러 최종 계약 성과인 기술료 액수에만 집착하는 현행 시스템이, 정작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무수한 전주기 마케팅 활동(NDA, 물질이전, PoC 등 다양한 옵션 계약 등)의 가치가 어떻게 묻히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때다.
장기술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장 겸 한양대 ERICA 산학협력단 제2부단장 techjang@hanyang.ac.kr
◆장기술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장은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지식재산권법을 전공했다. 현재 한양대 ERICA 산학협력단 제2부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양대 기술사업화센터장을 비롯해 기술지주회사 본부장과 부대표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