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여년간 유지돼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정률 연동 체계가 폐지된다. 정부는 초·중등 교부금 총액이 줄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두는 대신, 기존 산식에서 발생하는 재원을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으로 돌려 교육재정의 무게중심을 전 생애 교육으로 넓힌다.
정부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포함한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내국세 수입에 따라 교부금 규모가 자동으로 결정되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는 내국세의 20.79%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자동 배분된다. 개편 후에는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최근 3년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해 다음 해 교부금을 결정한다.
학령인구 감소율은 35%만 반영한다. 지방교육재정 지출 가운데 학생 수가 줄어도 함께 감소하기 어려운 교직원 인건비가 약 6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했다. 최근 인건비 상승과 교육현장의 충격 등을 감안해 학령인구 감소분을 교부금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50여년간 이어온 내국세 정률 연동제에 손을 대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와 세수에 따른 교부금 급등락 때문이다.
만 3~17세 학령인구는 2010년 880만명에서 지난해 591만명으로 32.8% 감소했다. 반면 내년도 교육교부금은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를 중심으로 내국세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교부금은 2021년 59조6000억원에서 세수 호황기인 2022년 76조원으로 27.6% 급증했다가 2023년 세수 결손 여파로 65조4000억원으로 14% 감소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정률 연동제가 폐지되더라도 초·중등 교육재정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새 산식에 따른 교부금은 올해 75조7000억원에서 2027년 78조9000억원, 2028년 84조3000억원, 2029년 90조1000억원, 2030년 92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6~2030년 연평균 증가율은 5.2%다.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도 지난해 1190만원에서 올해 1330만원, 2030년 1950만원으로 늘어난다.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줄어들 경우, 차액을 보전해 총액 감소를 막는다. 정부는 이 같은 보전 규정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결코 유·초·중등 아이들의 교육 예산이 줄어들 일은 없다”며 “과거의 경직된 연동 구조로 오히려 불안정성이 심화됐으며 새 산식은 AI 교육과 돌봄, 노후학교 개선, 인건비 등 현장의 수요까지 감안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안정적 교육재정 투자 원칙은 다른 형태로 이어간다. 미래대응기금으로 이전되는 추가세수를 제외한 내국세의 20.79%와 새 산식에 따라 지급되는 교부금의 차액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넣는다. 이를 다른 계정으로 전출할 수 없도록 법률로 막고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 우수인재 유치와 국가인재 유출 방지 등에 활용한다.
아울러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도 신설한다. 기금의 주요 재원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다.
추가세수는 내국세 세입예산이 최근 10년간 증가율을 토대로 산출한 장기 추세치를 웃도는 금액이다. 초과세수는 매년 9월 세입 재추계 결과 당초 세입예산보다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뜻한다. 세계잉여금 잔여재원과 기금 여유자금 운용수익도 재원으로 활용한다.
기금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성장동력 분야에서는 프론티어급 AI와 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AIDC) 등 AI 3강 도약과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 SMR·핵융합·양자·우주항공·첨단바이오 등 미래 전략기술에도 재원을 투입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세수 변동을 흡수하는 '재정 저수지' 역할도 맡는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상 그간 호황기에 세수가 늘면 이듬해 재정지출도 확대되고, 불황으로 세수가 감소하면 다시 지출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정부는 호황기에 추가세수를 기금에 적립하고 세입이 장기 추세에 미달하거나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기금에서 재원을 꺼내 재정을 보강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기금 규모는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 시 공개한다.
기금은 기획예산처가 총괄하고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사업계정을 통해 관계부처가 사업을 집행한다. 정부는 별도 전담 자산운용체계를 두고 여유자금도 적극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지금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그 성과가 세입 확충과 새로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절호의 시점”이라며 “미래대응기금을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