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완구업체 팝마트(Pop Mart) 인기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 리셀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신제품은 출시 직후 완판 행진을 이어갔지만,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곧바로 할인 매물이 등장하며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프리미엄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중국 홍성신문은 26일 “라부부 신제품 '레트로 바버샵' 시리즈가 공개 직후 전량 매진됐지만 리셀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시리즈는 온라인 판매 개시 후 불과 몇 초 만에 전량 품절됐다. 그러나 판매 시작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정가 159위안(약 3만6000원)보다 약 30% 저렴한 가격의 매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판매자는 무료 나눔 게시글까지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리즈는 벨벳 소재를 적용해 촉감을 개선했으며, 헤어를 빗거나 땋고 묶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의상과 액세서리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도록 제작됐다. 팝마트는 “기존의 틀을 깨 소비자가 자신의 개성대로 인형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박스에는 일반 캐릭터 6종과 히든 캐릭터 1종 등 총 7종이 포함됐다. 희소성이 높은 히든 캐릭터는 중고 시장에서 최대 879위안(약 20만8000원)에 거래됐지만, 과거처럼 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웃돈은 형성되지 않았다. 현지 매체 지무뉴스는 “이번 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과거 최대 25배까지 치솟았던 가격 상승률과 비교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라부부는 지난해 중국 리셀 시장을 대표하는 '품절 대란'의 주인공이었다. 중국 패션 플랫폼 듀우(Dewu)에 따르면 정가 99위안(약 2만3000원) 제품은 최고 2700위안(약 71만원), 정가 79위안(약 1만8000원) 제품은 3200위안(약 72만원)까지 거래되며 각각 약 27배, 40배가 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당시 라부부는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투자 상품'으로까지 불렸다.
높은 프리미엄을 노린 리셀러들도 크게 늘었다. 일부 판매자들은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10~30배의 웃돈을 붙여 판매했고, 가짜 제품인 '라푸푸(LAFUFU)'까지 등장하며 시장 과열을 부추겼다. 당시 중국 전문가들은 “불법 복제품의 인기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정품에 대한 관심을 끌어들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라부부는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 아이브 장원영, 트와이스 사나 등 K팝 스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중국 SNS에서도 라부부 언박싱과 스타일링, 가품 비교 콘텐츠 등이 잇따라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신제품은 여전히 완판되고 있지만, 리셀 시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웃돈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 반응도 “직접 꾸미는 재미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디자인이 예전만 못하다”, “헤어스타일이 지저분하다”는 아쉬운 의견이 공존한다. 반면 지난해 높은 프리미엄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이 줄어 오히려 구매하기 좋아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지에서는 투기성 수요가 감소하면서 라부부 시장이 프리미엄 중심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제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리셀을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는 줄어들면서 시장이 점차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