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심한 놈(What a loser)”이라며 정면 비판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바이든 전 대통령은 전날 메릴랜드주의 한 카지노에서 열린 민주당 후원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사업과 행보를 언급한 뒤 “정말 패배자 같은 사람”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백악관 동관을 허물고 자신의 무도회장을 짓겠다는 발상, 케네디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려는 시도, 리플렉팅 풀을 손보기 위해 개인 수영장 관리인을 고용한 일까지 모두 자신의 허영심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하며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리플렉팅 풀에 비치는 것은 이 행정부의 자기애와 무능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그 실체는 부패이며, 미국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의 노골적인 부패”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사법 피해자 기금'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납세자들의 세금을 1·6 의회 난입 사태 가담자들에게 지급하려 한다는 점이 가장 분노스럽다”며 “그들은 보상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랜 기간 수감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공교롭게도 2024년 대선 TV토론에서 두 사람이 맞붙은 지 정확히 2년 만에 나왔다.
2024년 6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당시 토론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잦은 말실수와 맥락을 벗어난 답변, 멍하니 상대를 바라보는 모습 등을 보이며 민주당 안팎에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그는 토론 직후 거세진 후보 교체 요구를 견디지 못했고, 같은 해 7월 재선 도전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CNN은 이번 연설을 두고 “퇴임 이후 바이든 전 대통령이 트럼프를 향해 내놓은 가장 직접적이고 수위 높은 비판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한 달 동안 메릴랜드와 사우스다코타, 고향인 델라웨어 등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공개 비판은 한동안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 있던 바이든 가족의 활동 재개 시기와도 맞물린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회고록 '이스트윙에서 바라본 풍경' 홍보를 위해 언론 인터뷰와 북 투어를 이어가고 있으며, 차남 헌터 바이든도 최근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공개 활동을 늘리고 있다.
한편 바이든 전 대통령은 현재 암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전립선암 진단 사실을 공개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피부암 병변 제거 수술도 받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그의 재출연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나오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행정부 출신 민주당 후보들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과 잇따라 만나며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