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명보 감독을 향해 국내에서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동정과 옹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홍 감독이 선수 시절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활약했던 인연이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홍 감독과 함께했던 일본 축구계 인사들과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그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외무상과 방위상 등을 지낸 중진 정치인 고노 다로은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의 선배이자 OB인 홍명보를 괴롭히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고노 의원은 홍 감독이 현역 시절 몸담았던 쇼난 벨마레의 전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홍 감독이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쇼난 벨마레에서 뛰며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던 시절의 인연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축구계와 문화계에서도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칼럼니스트 에노키도 이치로는 “명보, 일본에 오길 바란다”며 “당신의 투지를 J리그 팬들은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도 “J리그 발전에 기여한 인물인데 안타깝다” “한국에서 너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으로 돌아오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홍 감독을 감싸는 분위기를 보였다.
일본 언론들도 홍 감독의 사퇴 과정과 한국 내 반응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 매체들은 홍 감독이 대표팀 탈락 이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점을 소개하면서, 선수 시절 월드컵 4회 출전과 J리그 활약 경력도 함께 조명했다.
스포츠호치는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고 J리그에서도 활약한 선수였다”며 “지도자로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사임했지만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본 매체들은 이번 대회 전 한국 대표팀이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며 기대를 받았지만 예상 밖 결과를 내면서 비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내 일부 방송인들은 한국 내 정치권과 축구협회 논란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도 내놨다.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에 출연한 방송인 다마카와 도루는 “실망과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가 최고 책임자가 직접 축구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홍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지난 2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며 취임 약 2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서는 경기력과 대표팀 운영,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둘러싼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과거 J리그에서 보여준 활약과 인간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비난보다 존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일 축구 팬들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지만, 홍명보라는 이름이 일본 축구계에서는 여전히 '존중받는 외국인 선수 출신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논란 속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