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표준계약서 3년 만에 전면 개편…IPO 강제조항 폐지·사전동의권 개선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이 30일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벤처캠퍼스에서 열렸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강지훈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 이준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 전화성 초기투자엑셀러레이터협회장, 유동준 한국엔젤투자협회 상근부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이 30일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벤처캠퍼스에서 열렸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강지훈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 이준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 전화성 초기투자엑셀러레이터협회장, 유동준 한국엔젤투자협회 상근부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벤처투자 과정에서 반복돼 온 불공정 계약 관행이 대폭 개선된다. 정부·벤처업계가 투자계약서와 주주간계약서를 분리하고, 기업공개(IPO) 강제조항과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방식, 사전동의권 행사 절차 등을 전면 손질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심의 계약 관행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창업자와 투자자 간 균형을 맞춘 투자계약 체계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30일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을 열고 3년 만에 개정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공개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3년 만에 전면 개편…IPO 강제조항 폐지·사전동의권 개선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 유관기관,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해 글로벌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한 계약 체계를 만드는 데 의견을 모은 결과물이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32종의 복잡한 통합형 계약서를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계약서(SHA)로 분리하고 계약 유형을 5종으로 단순화한 점이다. 계약 구조를 간소화해 스타트업의 계약 이해도를 높이고 협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사전동의권 행사 방식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해 후속 투자나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투자 라운드별 집합 동의 방식으로 변경해 투자 단계별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인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중심의 계약 관행도 글로벌 투자 환경에 맞춰 전환우선주(CPS) 중심으로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기업 가치가 하락했을 때 투자자의 전환가격을 최저가로 조정하는 '풀래칫(Full-Ratchet)' 방식 대신 창업자와 투자자 간 균형을 고려한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방식을 기본안으로 제시했다. 창업자의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조치다.

기업공개(IPO) 조항도 손질했다. 기존처럼 상장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 의무'가 아니라 기업이 상장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최선 노력(Best Effort)' 의무로 변경해 창업자의 부담을 줄였다.

아울러 올해 말 시행되는 벤처투자법 개정 내용에 맞춰 제3자 연대책임 제한도 표준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했다. 창업자의 가족이나 이해관계인에게까지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3년 만에 개정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3년 만에 개정한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이상민 에이블리코퍼레이션 투자전략실 본부장은 “실제 에이블리의 알리바바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투자계약서와 주주간계약서(SHA) 분리 등 글로벌 스탠더드가 중요하게 작용했고, 초기 표준계약 체계가 후속 대형 투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며 “이번 개정이 글로벌 투자 기준에 맞는 방향으로 개선된 만큼 국내 스타트업의 대형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준우 울룰루 대표는 “현장에서는 스타트업이 표준계약서를 먼저 제안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이나 정부 지원사업 가점 등 인센티브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특히 모태펀드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표준계약서를 적극 활용해야 현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개정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 및 해설서'를 이날부터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7월부터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책자 형태로도 배포할 예정이다.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은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은 벤처투자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협회 교육과 창업대학원 교재 등에 적극 활용해 액셀러레이터 업계 전반에 표준계약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개정된 표준계약서와 해설서가 현장에 신속하게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